[사설] 우크라 충격 현실, '에너지·곡물 대란' 대응책 있나

입력 2022-02-22 17:26   수정 2022-02-23 06:51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으며 세계 실물과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파병 지시를 하자 미국이 곧바로 제재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이 동조하면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러시아 증시가 급락했고, 미국 지수 선물도 마찬가지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곡물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에너지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의 에너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12%, 천연가스 25%를 생산한다. 천연가스는 절반 이상 유럽에 수출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제재가 강화되고, 에너지 공급이 막히면 가격이 치솟을 게 뻔하다. 사태가 장기화할 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철강·화학·자동차·항공 등 우리 주력 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는 비상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어서 곡물값이 치솟는 ‘애그플레이션’은 더한 걱정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망 파동으로 원자재 값이 급등한 마당에 달러 가치 상승까지 겹쳐 무역수지는 3개월째 적자다.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에다 물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계속 악화되면 우리 경제는 마땅한 대응책도 마련 못 한 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에너지·곡물 쇼크가 눈앞인데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유럽 안보 지형 재편을 노리는 푸틴이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데 총괄대응팀이라도 가동되고 있나.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적극적 자원외교, 비축물자 관리 강화 등은 누가 지휘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에 이어 어제도 회의를 주재하고 부처에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했으나 미덥지 못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전이 되면 적극 재정정책이 불가피한데 나라 곳간은 비어 있다. 그런데도 대선판은 2월 추경도 모자라 선거만 끝나면 수십조원을 더 쏟아붓겠다며 온통 퍼주기 공약으로 치솟는 물가에 부채질을 하니 딱하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원한다면 환영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는 곧 외교 문제로도 닥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 정상외교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다. 대체 위기 의식이 있기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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