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부광약품 전격 인수…"바이오·제약사업 과감한 베팅"

입력 2022-02-22 17:22   수정 2022-02-23 02:16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가 부광약품을 전격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바이오·제약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OCI의 구상이다. OCI가 최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갖지만 부광약품 창업주 김동연 회장은 2대 주주로 남는다. 양측은 주요 경영 판단에 관해 협의하는 주주 간 협약을 맺고 공동경영을 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부광약품 측이 증여세 납부와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약 개발·투자 위한 공동경영
OCI는 22일 부광약품 지분 약 773만 주를 1461억원에 취득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OCI가 취득한 주식은 부광약품 김 회장의 아들 김상훈 사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다. OCI는 이번 투자로 약 11%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회장 지분(9.9%)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1.7%에서 10% 안팎으로 줄어든다.

두 회사는 신제품 개발과 투자·차입 등 주요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등 공동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다양한 시너지 영역을 발굴해 부광약품을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회사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 설립된 부광약품은 매출 1700억원(2020년 기준) 규모의 중견 제약사다. 연구개발(R&D) 역량이 탄탄한 제약업체로 신경병증 치료제 등에 강점이 있다. 업력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내실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덱시드)와 간질환 치료제(레가론), 빈혈 치료제(훼로바) 등이 대표 제품이다. 부광약품은 지금은 보편화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2000년대 초반부터 시도해왔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입하거나 해당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는 식이다.
R&D 역량과 자금력 결합
업계에선 OCI와 부광약품의 동행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OCI는 2018년 7월 합작법인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하는 등 부광약품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당시 매년 100억원가량의 공동투자를 약속하고 부광약품 지분(약 3%)도 매입했다. 폴리실리콘에서 한 발 나아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개발부터 임상, 신약 최종 승인까지 장기간 이어지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실탄’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OCI의 주력 사업인 폴리실리콘 업황 부진과 함께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비앤오바이오는 지난 4년간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태양광 수요 급증에 따른 폴리실리콘 업황 회복으로 OCI는 10년 만에 최대 규모인 62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3분기 기준 OCI의 자금 여력도 1조215억원까지 확대됐다. OCI는 폴리실리콘 업황이 완전히 살아난 시점을 바이오·제약 분야에 투자할 적기로 봤고 부광약품 지분 매입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부광약품도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임상 수행 등을 위해 OCI의 자금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은 “이번 지분 투자는 부광약품이 보유한 신약 R&D 및 전략적 투자 역량에 글로벌 기업인 OCI의 노하우와 자금력이 합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상훈 사장 등 부광약품 오너 2·3세가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8년 4월 김 회장은 세 자녀에게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증여했지만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부광약품 주가는 전날 대비 12.3% 급등한 1만2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OCI 주가는 3.0% 내린 9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강경민/한재영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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