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크림반도 사태와 판박이일까, 새로운 냉전의 시작일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자 금융시장은 확전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밀 수출 1위, 원유 수출 3위국인 러시아와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이 전쟁의 당사자여서 그 파장이 예상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아도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장주 삼성전자(-1.08%)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2.87%) SK하이닉스(-1.15%)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778개에 달했다. 이로 인해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하루 새 약 29조원 증발했다.
전쟁 공포감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를 일제히 덮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하루 새 2.82%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도 각각 1.71%, 0.9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구도가 당분간 주식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미국과 러시아 간 무력 충돌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러시아와 서방국 간 무력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면서도 “강력한 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충돌이 실제로 발생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국 간 주도권 다툼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을 당시 코스피지수는 2주간 -3%, 미국 S&P500의 경우 1주일 동안 -2% 조정을 받는 데 그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역시 “무력 충돌 정도가 크림반도 사태, 조지아 전쟁 수준에서 멈추는 것을 전제로 봤을 때 금융시장 측면에서 당사자들 간 협상이나 해결 노력이 구체화되면 불안감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광물 수출국인 러시아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갈등이 깊어지고 고조될수록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장기화하고 심화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이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단일 변수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빠르게 마무리되는 형태가 되더라도 시장은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재원/이지현/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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