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0대를 불태웠어요. 너무 찬란한 40대를 맞이했죠."
tvN '엄마는 아이돌'을 마치고 한경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가수 별은 그룹 마마돌로 무대에 올랐던 순간이 다시금 떠오른 듯 벅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컴백 프로젝트다. 별은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 쥬얼리 출신 박정아, 원더걸스 출신 선예, 베이비복스 리브 출신 양은지, 록밴드 벨라마피아 출신 배우 현쥬니와 함께 마마돌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꾸몄다.
기획안을 받아든 때는 지난해 10월이었다. 이후 그해 11월부터 약 3개월간 '아이돌 데뷔'의 꿈을 향해 달렸다는 별은 "기본도 안 된 사람이 단기 속성반에 등록해서 배운 느낌이었다. 내겐 정말 꿈 같은 일"이라며 웃었다.
별의 등장이 믿기 어려웠던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호소력 있는 음색으로 차분하게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이 익숙한 그였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으로 나서는 것도, 여러 멤버들과 군무를 맞추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절대 쉽지만은 않았다. 눈물 흘리는 모습이 수없이 방송을 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별은 "매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여섯 명이 완전체로 처음 무대에 올랐던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못 잊을 것 같다. 미션을 받고 10시간 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서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했다. 은지는 울고, 쥬니는 체력이 안 돼서 누워있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때 모든 멤버들이 처음으로 '장난 아니구나', '아이돌이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큰 위기였다"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해내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더라. 서로 부둥켜안고 정말 많이 울었다"라고 덧붙였다.
마마돌은 Mnet '엠카운트다운' 데뷔 무대, 단독 콘서트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출산과 육아로 오랜 시간 무대를 떠나 있었던 이들은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탄탄한 실력과 강렬한 분위기로 데뷔곡 '우아힙(WooAh HIP)'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별은 멤버들과의 호흡에 강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엄마는 아이돌'이 내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가 모두 엄마라는 공통점을 갖고 만났고 지금도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서로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끝난 지금도 거의 매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한다. 오늘 뭘 먹었는지, 아이들은 뭘 했는지, 기분은 어떤지 등을 공유하는데 척하면 척이다. 짧은 기간에 서로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서 끈끈해졌다. 아이돌 데뷔라는 미션을 다 같이 수행해낸 것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친구가 됐다. 정말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라고 했다.
마마돌의 결집력 한가운데에는 '육아'가 자리하고 있다. 공감한 시청자들 역시 이들의 여정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방송 이후 각종 맘카페에서는 감동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현재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별은 "연예인들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런 활동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도 똑같은 현실을 겪고 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 채로 허둥지둥 보내고 아이들까지 재우고 나면 '나 오늘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육아하는 모습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공해내는 과정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공감이 쏟아지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간 책임감이 들기도 했다고. 별은 "솔직히 처음엔 나 좋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행복하게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가 또 다른 힘을 얻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많이 위로됐다는 반응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책임감을 느끼고 하게 되더라. 이 여정이 내겐 정말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마마돌 데뷔 준비와 육아 중 어느 것이 더 힘드냐는 물음에는 바로 "멤버들끼리 만장일치로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연습하고 싶다는 거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습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만, 육아는 제 뜻대로 안 되잖아요. 항상 부족한 것 같아요."
마음먹고 활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출산과 육아가 반복되며 무대에 선 솔로 가수 별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OST로는 이따금 목소리를 전했지만, 이름을 걸고 낸 신곡은 2018년 '눈물이 나서'가 마지막이었다. 그런데도 별은 "두 번, 세 번 다시 태어나도 난 엄마가 될 거고, 드림·소울·송이 우리 아이들을 낳을 거다. 세 아이를 낳아 기른 일이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후회 없다"고 확신했다.
다만 "힘든 건 별개"라면서 "난 힘들어도 가정을 꾸려서 얻는 행복이 크다. 그렇다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순 없다. 육아는 준비한 상태에서 해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마마돌로 2022년 활동의 포문을 연 만큼, 향후 가수로서 별이 보여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SNS에서 별의 과거 음악들이 재조명되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역주행했으면 하는 곡이 있냐고 묻자 별은 "이런 질문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진짜 아끼는 노래"라면서 "둘째를 낳고 얼마 안 돼서 낸 '리브스(LEAVES)'라는 앨범이 있다. 작곡팀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무드로 작업했다. 한 곡 한 곡 다 사랑한다. 특히 타이틀곡을 좋아한다"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발라드 외의 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낸 앨범이 '리브스'라면, 그 이후에 별 표 발라드 듣고 싶다는 팬 분들의 요청이 있어 만든 게 '눈물이 나서'였다. 가사도 직접 다 썼고, 당시 컴백 프로모션에 쇼케이스, 콘서트까지 했다. 본격적으로 활동하려고 했는데 또 셋째를 출산하게 돼 아쉬웠다"라고 전했다.
올해는 가수로도, 개인적으로도 별에겐 특별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데뷔 20주년에 결혼 10주년을 맞았기 때문. 별은 "당연하게 했던 일을 못 하다가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진짜 감사한 일이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 확실히 자존감도 높아지고 의미 부여가 되는 것 같다"라면서 "올 하반기에는 20주년 앨범을 선보여드리려고 한다. 정규 앨범을 만들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확답하긴 어렵고, 최소 미니앨범 단위로 성의있게 만들어보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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