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으로서 국민의 복리 후생과 고용 창출에 이바지해온 한국 기업들은 자연재해와 경제위기 등 국난이 닥칠 때마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는 등 ‘재능 기부’를 펼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단법인 에이스경암은 국내 1위 침대 전문기업인 에이스침대가 2008년 설립한 사회공헌 활동 전문기관이다. 에이스침대 창업자인 안유수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안 이사장은 1999년부터 24년째 매년 설과 추석 명절 직전 소외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 설 명절에도 1억5000만원 상당의 쌀을 전달했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꾸준한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안 이사장이 지난 24년간 지역 사회에 기부한 쌀은 12만4760포대로, 무게로 따지면 1247t에 달한다.
중견그룹인 SM그룹은 SM삼라희망재단을 통해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우오현 회장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대구와 광주에 코로나 위기 극복 성금 2억원을 기부하는 등 기부 문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 계열사인 동아건설산업은 경북 구미시에 2000만원, 경남 창원시에 1000만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SM벡셀은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 5000장을, SM삼환기업은 보유 상가건물 임대료를 50% 감면해주는 등 전 계열회사가 저마다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민·관·공 협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자리로 행복한 세상을 이어주는 친환경 에너지 리더’라는 비전 아래 지난해 3월 ‘4-ON(溫)’ 일자리 전략을 수립했다. 그린·디지털뉴딜뿐만 아니라 휴먼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2020년 경기 여주시 등 7개 기관과 협업해 국내 1호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푸르메여주팜’을 설립하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난방 안전 실버지킴이’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경기도에서 노인 일자리 60개를 창출했으며 사업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사랑 나눔, 행복 나눔’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 등 미래 세대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히크만 주머니 만들기’ 등 비대면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히크만 주머니는 항암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이 잦은 약물 투여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해 가슴에 삽입하는 ‘히크만 카테터’를 담는 주머니다. 한국투자증권 임직원들이 주축이 된 ‘참벗나눔 봉사단’과 그 가족 100여 명이 직접 만든 히크만 주머니와 응원카드를 소아암 환아들에게 전달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복지 사각지대가 급증한 2020년부터 범죄피해 가정 아동 후원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 경찰청 및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범죄피해 가정 아동 지원을 위한 후원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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