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쉽고 편안한 금융’을 실천하는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 관건은 빅테크와 플랫폼 금융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디지털 전환(DT)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자체 비금융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기술을 금융과 융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생태계를 선도하고 빅테크 및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문화를 중심으로 금융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그 지침이 되는 ‘신한다움’의 모습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전사적인 DT를 추진한다는 목표로, DT 중심의 일하는 방식과 성과측정 지표를 만들고 있다. 이런 DT는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 CDO가 핵심 사업의 신속한 추진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한카드는 국내 최초로 아이폰 터치 결제를 무선형으로 출시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경쟁력을 확충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투자의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용 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만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권 최초로 배달 앱 ‘땡겨요’를 선보였다. 땡겨요의 목표는 수익 추구보다는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이다. 신한금융은 업계 가맹점으로부터 최저 수준의 배달 수수료를 받는 대신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가맹점주, 배달 라이더 대상 특화 금융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앱 내에 ‘My NFT’ 서비스를 열어 금융소비자가 소장한 물건이나 간직하고 싶은 순간 등을 NFT로 등록하고, 조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AI) 모션인식 기반 홈트레이닝 플랫폼 ‘하우핏’을 출시하고,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신한큐브온’ 설립도 완료했다. 건강, 의료 정보와 금융 정보를 융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월렛’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의 전문성을 활용한다. ‘데이터픽’ 서비스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외에도 다른 전체 은행·카드사 상품 가운데 가장 적합한 상품을 개인에게 추천해 준다.
금융 일정과 예상 잔액을 알려주고, 공모주 및 아파트 청약 일정을 보여주는 ‘MY캘린더’나 카드, 페이, 멤버십 등 다양한 포인트 현황을 조회할 수 있는 ‘포인트 모아보기’도 MZ세대에게 관심이 높다.
신한금융은 최근 KT와 미래 디지털 금융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주식을 서로 교환하면서 ‘혈맹’을 맺었다. AI, 메타버스, NFT 등에서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신사업을 발굴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에는 그룹 CDO(지주 부사장)에 김명희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을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한국IBM, SK텔레콤 등을 거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DT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 부사장은 “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혁신과 고객 권리 보호, 신사업 발굴을 위한 서비스 확대 및 동반 성장을 3대 축으로 삼아 DT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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