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 '구글코리아 1호 개발자'가 말하는 개발자의 세계

입력 2022-02-23 15:23  

"앞으로 개발자는 더 중요한 직업 될 것" 구글코리아 1호 개발자 이동휘 아임웹 CTO
“구글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가 일을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문화죠. 각자의 일에 대해선 스스로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입니다. 개발자도 마찬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코딩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글로벌 기업은 혼자서만 잘하는 사람보다 소통을 하면서 협업을 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동휘 아임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구글코리아 1호 개발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서른이 넘은 나이에 구글에 합격해 15년간 구글의 검색 엔진 파트에서 일했다. 실력이나 학벌 에서 최고라고 하기는 어려웠던 그를 구글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CTO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들어봤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아임웹이라는 쇼핑몰 솔루션 스타트업에서 개발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개발자 채용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이죠. 아임웹은 IT를 잘 모르는 분들도 쉽게 전문적인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예요. 아이웹의 특징은 IT를 몰라도 누구나 몇 번의 클릭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개발자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학교 졸업을 빼면 한 20년 정도 됐네요.”

▶20년 정도 해 보시니 개발자라는 직업, 어떻습니까.

“아직도 배울 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기술이라는 게 빠르게 변하고 항상 새로운 게 나오니 개발자는 계속 공부해야 하죠. 성격 상 새로운 걸 배우는 데 거부감이 없어 다행이죠. 개발자는 새로운 걸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죠. 항상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직업 중 하나예요.”

▶기술 트렌드에 대한 반응이 빨라야 하는군요.

“맞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도구를 쓰고, 어떤 언어를 공부하는지, 그 다음에는 어떤 언어가 나올지를 늘 들여다 봐야 하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기엔 이직만큼 좋은 것도 없을 텐데요. 개발자에겐 이직이 좋은 영향을 끼치겠군요.

“물론 회사를 옮기면서 새로운 분야를 접하는 게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이긴 하죠. 하지만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반영해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니까요. 어찌됐든 개발자는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에요.(웃음)”

▶최근 들어 몸값을 높여 이직을 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보여서요. 개발자에겐 이직도 ‘능력’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능력으로 볼 수 있죠. 또 요즘 채용시장에서 개발자의 수요가 많다 보니 기회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연봉을 좀 더 준다거나 좀 더 괜찮은 기술을 배울 수 있거나 좋은 리더가 있는 곳이라면 옮길 수 있겠죠.”

▶개발자로서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는 것과 이직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궁금하네요.

“음, 개인적으론 새로운 기술을 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15년을 구글 검색 파트에서만 일했어요. 검색이라는 분야는 세상 끝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을 분야이고, 정보가 있으면 반드시 검색이 있어야 하다 보니 늘 새로운 기술을 접했어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구글의 개발자 중에선 오래 근무한 분들이 많습니다.”

▶검색 분야 개발자가 게임 개발자로도 옮길 수 있는 건가요.

“갈 수는 있지만 조건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검색 분야에선 대규모 데이터와 트래픽을 처리하는 부분이 필요한데, 게임에서도 데이터를 개발하는 분야라면 이직이 가능하겠죠. 다만 쉽게 말하면 검색 엔진 파트와 게임 개발 파트는 사용하는 언어나 알고리즘이 좀 다릅니다. 특히 게임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야 하죠.(웃음)”
고3 때 처음 접한 컴퓨터... 컴퓨터공학과 갔지만 학사경고 네 번
▶구글에서 15년간 개발자로 일하셨어요.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제 고향이 전남 영광인데 워낙 시골이라 어렸을 땐 컴퓨터를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일반고에 다녔었는데, 고3 때 직업학교로 갔어요. 집안 형편이 좀 어려웠거든요. 거길 졸업하면 전자기기 기능사 2급을 받을 수 있어서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생각이었죠. 주로 납땜을 배웠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컴퓨터 교육 시간도 있었어요. 그때 처음 컴퓨터를 만져봤죠.”

▶당시엔 컴퓨터가 귀했겠네요.

“1980년대였으니까 아주 귀하던 시절이었죠. 근데 당시 컴퓨터 붐이 일어서 좀 사는 집 애들은 컴퓨터가 있긴 했었죠.”

▶취업에서 대학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담임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어요. 제가 공부는 좀 했었거든요. 첫 수능 세대인데, 수능 점수도 잘 나왔고요.(웃음) 1지망을 치의예과, 2지망을 컴퓨터공학과를 넣었는데 2지망이 돼 전남대 컴퓨터공학과로 가게 됐죠.”

▶대학 시절은 어땠습니까.

“영화에 나오는 개발자를 보면 은행도 해킹하고, 컴퓨터로 못하는 게 없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고 대학에 갔는데 대학에선 하드웨어 중심으로 가르치더라고요. 저하고 너무 안 맞았죠. 자연스레 학교를 잘 안 나가니 성적은 바닥을 쳤고요. 학사 경고를 네 번 맞았어요. 다행히 중간에 마음을 잡아 6년 만에 졸업을 했죠.”

▶그래도 졸업은 하셨네요. 마음을 잡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방황을 하던 시기에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이 계셨어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셨는데, 새로 오셔서인지 의욕이 넘치셨죠.(웃음) 보통 첫 수업 땐 프로그램의 역사나 개론 수업을 하시는데, 이 교수님은 첫 수업부터 프로그램을 짜 오라고 숙제를 내 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기대치를 너무 높여 과제를 내 주신 거죠. 근데 그 수업이 너무 어려운데도 재밌더라고요. 과 절반 이상이 F를 맞은 그 수업에서 전 유일하게 A를 받았어요. 교수님도 좀 의아해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그 수업 빼곤 다 F였거든요.(웃음)”

▶어떤 재미가 있었던 건가요.

“그 수업 전까진 제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근데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붙들고 늘어지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쾌감이 있더라고요. 뭔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랄까. 그 몰입하는 과정에서 약간씩 성장하는 걸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그 교수님이 지금의 이동휘를 만드신 거네요.

“맞아요. 그 분이 지도교수님이 되셨고, 그 분 덕분에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신 감사한 분이죠.”
20대 중반에 결혼, 아이 셋과 반지하방에 살며 구글 취업 준비
"상황, 조건 다 안 맞았지만 당시 구글은 나에게 꼭 필요했던 도전"
▶대학원 졸업 후 바로 구글로 취업하신 건가요.

“대학원 졸업 후 전문연구요원(병역특례)으로 일을 했어요. 병역특례 기간이 끝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에 도전을 해 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거기에다 모든 걸 다 걸고 말이죠.”


▶어떤 걸 거셨어요.

“제가 결혼을 일찍 한 편인데, 당시 아이가 셋이었고 큰애가 여섯 살이었어요. 영등포 신길동 반지하에 살고 있을 때였고 빚도 조금 있었죠. 일은 하고 있었지만 벌이도, 자존감도 많이 낮았던 시절이었죠. 사실 구글이라는 회사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채용은 언제, 몇 명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그렇지만 그때의 저는 그 도전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아내 분께선 뭐라고 하셨나요.

“아내에게 내가 가장 가기 힘든 곳에 도전을 해 보고 싶다고 하니 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을 그만뒀어요. 당장 분유 값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때가 서른 한 살이었어요.”

▶물론 ‘도전’이라는 건 좋지만, 말씀하신 상황에서의 도전은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맞는 말씀이죠. 근데 그땐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구글에 붙을 자신이 없었어요.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구글 취업은 어떻게 준비하신 거예요.

“처음엔 멘붕이었죠. 주변에 구글에 다니는 사람이나 합격한 사람이 없으니 물어볼 곳조차 없었어요. 무작정 구글 지원 이메일에 지원서를 보냈어요. 근데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이 온 거죠. 좋았지만 겁이 났어요. 당시엔 구글의 인터뷰가 너무 어려워 들어가기 힘들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도서관에 있는 전공 서적은 모조리 다 갖다 놓고 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 세 가지를 정해 ‘어떻게 해결하고’, ‘뭘 배웠는지’를 영어 PPT로 만들어 외우기 시작했어요. 예전 직장 동료들에게 돈가스를 사주면서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했어요. 자기소개를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못하는 영어실력으로 달달 외웠죠.”


▶근데 구글 인터뷰(면접)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는 있었나요.

“몰랐어요.(웃음)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도, 몇 명이 인터뷰를 하는지도 몰랐어요. 사실 지원서를 미리 냈기 때문에 지원자에게 자기소개를 시키지 않아요. 실무 면접하기 바쁘죠. 제가 준비할 수 있었던 게 그거밖에 없었어요. 근데 인터뷰 당일 저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죠.”

▶어떤 기회였나요.

“면접을 오전 9시에 보기로 했어요. 당시 제 담당 면접관이 중국인이었는데, 서울의 출근시간 교통 체증을 몰랐던 거죠. 9시15분이 돼도 안 오더라고요. 한 20분쯤 지나니 헐레벌떡 들어와서는 미안하다며 서류 가방에서 제 지원서를 허겁지겁 찾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누군지 5분의 시간을 주면 소개하겠다고 말하곤 연습했던 프레젠테이션을 마쳤어요. 기다리는 내내 떨고 있었는데 제 소개를 마치니 왠지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인터뷰를 마쳤죠.”

▶지금 복기해 보면 구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간절함이 아닐까 싶어요. 학벌이나 실력 면에서도 제가 뛰어난 지원자가 아니었을 텐데, 아마 면접관이 저의 간절함을 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구글에서 수많은 개발자 면접을 봐 왔지만 저같은 지원자는 보지 못했거든요. 아마 면접관도 좀 이상한 놈이다 싶었겠죠.(웃음) 그 이후로 몇 차례 면접을 더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죠.”

▶합격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뭘 하셨어요.

“가족들이랑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죠. 합격이라는 말을 듣고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첫째와 둘째가 대학에 다니고 있고 그 이후로 넷째가 태어났는데 그 녀석이 벌써 중학생이죠.(웃음)”
"구글 기업 문화 핵심은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 부여하는 것...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격식 없는 수평적 문화"
▶구글 합격 후 바로 실리콘밸리로 가셨나요.

“합격하고 3개월 정도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2년 정도 지사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그리고 2009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2021년까지 구글에 있었죠.”

▶구글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았었나요.

“주로 검색 파트에 있었어요. 여러 프로젝트를 했지만 검색 파트의 백엔드 개발을 담당했죠. 구글은 백엔드 개발에만 수 백 명의 개발자가 근무하는데, 그 중 한 명이었죠. 구글은 직급이 올라가면 직무 체인지가 가능해서 관심 있는 분야로 지원할 수 있어요. 개발자에서 매니저로, 그리고 직무를 바꿔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맡았죠.”


▶처음 실리콘밸리에 갔을 때 적응하기 어렵진 않던가요.

“여러 가지로 어려웠죠. 당연히 음식이 어려웠고요. 음, 업무 면에서는 누가 뭘 시키지 않았어요. 한국에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가 있는데, 구글은 그런 게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오해를 했어요. 남들보다 면접도 많이 보더니 날 잘못 뽑았구나 하고 말이죠. 당시엔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일기에 적기도 했어요. ‘내가 원래 떨어져야 할 사람인데 잘못 붙여서 얘네들이 나한테 일을 안 주는구나’라고 말이죠.(웃음)”

▶그 오해는 언제 풀렸나요.

“그리 오래 가진 않았어요.(웃음) 일을 안 주니까 찾았죠. 근데 주변을 보니 모두 그렇게 일하고 있더군요. 그때 알았죠. 여기선 일을 알아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죠. 그 후론 아이디어도 내고, 제안도 하면서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몇 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사이에서 구글 문화를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글 문화의 본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탄력근무제나 수평적 호칭 등 구글의 대표적 기업 문화가 국내 기업에 많이 반영돼 있어요. 사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업무시간이 길어서가 아니거든요. 업무 시간이 길다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짧다고 해서 덜 받진 않으니까요. 업무 시간만 비교해 보면 구글 직원들이 훨씬 더 길 거예요. 구글 직원들은 밤낮없이 주말도 일하는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죠. 몇 시에 출·퇴근을 하는지 회사에서 전혀 터치하지 않아요. 일하다가 개인 일정이 있으면 그냥 다녀와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요. 반면 국내 기업에서는 업무 시간에 개인 일정을 소화하려면 월차나 반차, 외출증을 끊고 가야 하죠. 가장 큰 핵심은 각자의 업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느냐입니다. 기업은 직원의 시간, 업무를 통제하지 않고 직원 스스로에게 맡기는 셈이죠. 더불어 기업은 직원들의 능력은 물론, 개인의 시간·업무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에선 자기 일만 잘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보통 국내 기업에서는 회의 때 가장 높은 분이 회의실에 들어와야 회의가 진행되잖아요. 구글은 회의 시간을 더 중요시해요. 부사장이 안 들어오더라도 시간이 되면 회의를 진행합니다. 늦게 들어온 부사장의 자리가 없으면 그냥 바닥에 앉아 회의에 참석하는 게 구글의 문화예요.”


▶처음엔 놀라셨겠는데요.

“충격이었죠.(웃음)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사장이 참석한 회의였어요. 부사장이 개발에 대해 구체적인 걸 잘 모르고 의견을 말한 적이 있었죠. 그때 개발자 한 명이 전문 용어로 막 쏘아 붙이더군요. 그 다음 개발자가 부사장에게 ‘당신의 역할이 뭔지 정의해 줄게’라고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어요. 한편으론 충격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구글 부사장이 되려면 저런 엔지니어들을 관리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원들 간 서로 의견이 안 맞아 충돌하는 경우도 많겠어요.

“실리콘밸리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구글엔 개성과 자기 의견이 강한 개발자들이 꽤 많아요. 그들 사이에서 권위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게 대단한 거죠. 실력이 없다면 불가능해요.”

▶구글의 문화 중 단점도 있을까요.

“단점이라기보다 구글은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다 보니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디테일하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요. 토론을 많이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것 때문에 매니저로 일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하니까 스스로의 논리가 없으면 힘들어요. 그래서 매니저가 되어서도 공부를 계속 해야 했죠.”

▶구글의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실리콘밸리의 연봉이 기본적으로 꽤 높은 편이죠. 페이스북이나 우버와 비해서는 조금 낮지만 결코 적진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연봉이 최우선 조건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한국 개발자들 실력은 글로벌 수준... 엔지니어링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
"개발자 수요 더 늘어날 것... 좋은 개발자는 코딩 능력보다 소통 잘 해야"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간의 차이점이 있나요.

“프로그래밍의 수준으로만 본다면 국내 개발자들의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입니다. 다만 제품과 서비스는 코딩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차이점은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느냐예요. 엔지니어링은 어떤 제품(서비스)을 만들지를 계획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는 겁니다. 여기에 개발자가 10명, 100명이 되면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이 되죠. 그 팀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가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입니다. 실리콘밸리는 그 부분이 아주 잘 짜여 있죠.”

▶엔지니어링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투자죠. 물론 국내에도 실력이 좋은 개발자들이 많지만 한 두 명이 잘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오랜 경험이 쌓여야 가능합니다. 물적 투자는 물론, 인적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들어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폭증해 몸값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이런 현상이 엔지니어링의 경험을 쌓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반을 마련할 순 있겠죠. 현재 국내 개발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업에서 개발자 수요가 늘어나면 개발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한국으로 오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구글에서 15년 간 근무하면서 웹에서 성장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경험을 했습니다. 수직 상승으로 성장했다가 지금은 한 풀 꺾여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그 다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세 가지로 추려졌습니다. ‘모빌리티’, ‘콘텐츠’, 그리고 한 가지는 ‘모름’이에요.(웃음) 국내 스타트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이제는 한국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돌아왔습니다.”

▶최근 수요에 맞춰 개발자를 꿈꾸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개발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해지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직업적 비전으로 본다면 가능성이 아주 많은 직업이 되겠죠. 앞으로는 100명, 200명의 엔지니어가 모여 함께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올 거예요. 그럼 코딩 능력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코딩 능력도 필요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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