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의사가 반영됐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의당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중도 하차를 제안한 인물을 국민의당 내 ‘빅스피커’라고 거론하며 “조용히 하길 기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저렇게 (단일화 없이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나오니까 (국민의당이) 당황한 듯 국민의힘에 책임을 넘기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야권 단일화 문제로 내분을 겪고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를 주저앉히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라”며 “만일 무의미한 인사의 발언을 침소봉대한 것이라면 얄팍한 이간계로 비난받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이 대표가 2월 초 비공개 회동에서 안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먼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제안을 했다”며 “안 후보에게 서울 종로 보궐선거 공천 등을 통해 정치 기반을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국민의힘 정책 홍보용 ‘열정열차’의 도착역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가 같이 내려 단일화를 과시하는 빅이벤트를 준비했다고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단일화에 대해 (윤 후보가 아니라) 이 대표와 협상을 하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며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인사에 대한 그립감(장악력)이 강해 국무총리 등 공동 정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윤 후보 측근을 조심해야 한다고 개인적인 조언을 해줬다”며 “이유도 이야기했지만 공당의 대표라는 점을 존중해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안 후보 측에서 후보 사퇴 의견을 밝혀 와 확인 차원에서 공식 통로인 이 위원장을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가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단일화는 제 권한 밖”이라며 “안 후보가 사퇴할 경우 안 후보와 국민의당 인사를 예우하면서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윤 후보의 인사 장악력이 강하다고 했던 것은 “윤 후보는 정치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며 “후보 의중을 넘겨짚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당이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방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선거운동 막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직접 만나 극적 타협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동훈/김인엽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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