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플랫폼 택시들이 거리에 따라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경향을 보이는지 조사한 결과 단거리 호출보다 장거리 호출을 두 배 이상 잘 받았다고 공개했다.
서울시는 단거리 이동시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됨에 따라 승객 골라 태우기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특히 '평일 밤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은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의 장거리 이동은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시는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고 체감한 게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로 확인된 것"이라며 "카카오택시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라 태우기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거리와 시간대별 배차 성공률은 단거리(66.4%)·평일(63.3%)·밤 시간대(58.6%)에 낮았고, 장거리(81.8%)·주말(88.1%)·아침(79.0%)·저녁(83.2%)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한 카카오택시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실태조사도 벌였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비선호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16.7%로 낮았으나,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86%로 높았다.
서울시는 "일반 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경향을 실제로 확인한 것"이라며 "다만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초 카카오택시 측에 승객 목적지를 구체적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도록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 콜을 주는 방식도 제안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택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심각하게 대두되는 택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