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후 상장의 법적 쟁점에 대하여[Lawyer's View]

입력 2022-02-24 05:50  

최근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중의 하나가 물적분할 후 상장(소위 '쪼개기 상장')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문제다.

최근 대형 상장회사들이 회사의 사업부문 중 장래 성장가능성이 있는 신기술 관련 유망 사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하여 자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사업부문 자본 조달 등을 위해서 상장을 준비하거나 실제 상장을 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소수주주들은 해당 회사의 유망 사업부문을 분할하면 상장과정에서 해당 상장회사(모회사)의 주가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분할을 반대했고, 국민연금 등 대규모 기관투자자들도 같은 이유로 여러 사례에서 일관되게 물적분할 주주총회에서 분할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하였다.

최근에는 지주회사 전환 목적의 물적 분할 주주총회에서 분할 신설 자회사 정관에 '회사 상장시 단독주주인 모회사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서 향후 자회사 상장 시 이에 대한 별도 주주총회 승인을 받는 것을 전제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분할에 대한 찬성 의결권 행사를 받아 분할을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물적 분할 후 상장에 대해 반대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모회사가 물적분할을 하는 경우 모회사 주식가치가 하락하여 모회사 주주들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 등과 달리 최상단 지주회사 아래에 자회사 및 손자회사들이 복층으로 상장되어 있는 기업집단 구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모회사의 기업가치에 자회사 사업부문 가치가 전부 반영되지 못하고, 그에 따라서 물적 분할 전에 비해서 모회사 가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를 소위 '지주사 디스카운트(discount)'라고도 한다. 이들은 또 상장 자회사가 상장 모회사에 '실적에 따른 적정한 배당' 등을 하지 못해서 그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거나,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이 참여할 기회가 봉쇄돼 상장에 따른 이익을 공유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편에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의 특수한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지배주주의 경영권 유지 및 사익 편취를 위한 거래라는 주장도 있다. 즉, 모회사에 대해서 직접 증자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 지배주주의 모회사에 대한 경영권 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으므로 물적분할을 통해서 해당 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 이후에도 지배지분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장 이후의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에 대해서 이해충돌 발생이 불가피하게 되어 모회사 소액주주 및 자회사 소액주주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로 모회사 자체의 이익 증대 및 모회사 주주 가치 증대 측면에서도 물적 분할 후 상장 거래는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물적분할 거래의 기본적인 이유는 물적분할을 통해서 대상 사업부문과 기존 사업부문을 분리하여 기존 사업부문의 실적이나 위험(risk) 등에 영향 받지 않고 대상 사업부문의 성장 가능성(potential)을 온전히 평가 받아서 유리한 조건(이자율 및 우선주 우선배당율 등 포함)으로 자본조달을 하고, 이를 통해 기존 사업부문 회사(모회사)의 이익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물적 분할을 통해서 해당 사업부문을 분리하여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및 기업운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미국 등의 경우에는 일정 사업부문의 실적과 위험에만 연동하는 tracking stock(트래킹 주식·특정 회사나 사업부문에 대해 이익배당이나 잔여재산분배 등의 청구권을 갖는 주식) 등 유연한 자본조달 방법이 많기 때문에 굳이 물적 분할 후 상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tracking stock이 상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아서 물적 분할 후 상장 구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8조의 지주회사 규제 상 지주회사 체제 회사의 경우 상장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이를 고려하면 물적 분할 후 상장 외에 유망사업부문 자본 조달을 위한 다른 구조를 찾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또한 물적분할은 대상 사업부문이 모회사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는 점에서 연결 실체 기준으로는 모회사 입장에서 경제적 실질의 변동이 없다. 그러한 점에서도 모회사 주주의 경제적 부에는 영향이 없고, 물적분할의 경우 합병이나 분할합병 등과는 달리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물적 분할 사례에서의 주가 변동 추이를 보면 물적 분할로 인해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여 모회사 주주들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물적 분할 후 상장의 장점과 현실적 필요성을 고려하면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과정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법은 효율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또한 물적 분할에 대해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물적 분할 후 상장으로 인한 미래 성장 이익을 모회사 주주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기보다는 모회사의 반대 주주에게 현재 주식 가치로 자금 회수(exit)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더구나 회사법 이론 상으로 물적 분할은 대상 사업부문이 모회사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는 점에서 모회사 입장에선 경제적 실질의 변동이 없어서 반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되고 있는데, 이러한 법리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당하거나 자회사 상장을 위한 신주 공모 발행 단계에서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방안 등도 논의가 되고 있다. 이는 물적 분할 후 상장을 허용하는 전제에서 그로 인하여 있을 수 있는 모회사 주주의 손해를 방지하고 미래 성장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방안은 그 자체로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지분 희석을 가져오므로, 위 공정거래법 상의 최소 지분율 규제 및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유지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자회사 상장 시점에서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물적 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물적 분할 이후에 주식을 매각한 모회사 주주들은 위와 같은 신주인수 기회를 부여 받기 어려워서 충분한 보호가 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주인수 기회 제공 방안은 현재 기업 상장을 위한 일반공모 신주발행 거래 실무와도 차이가 있어서 입법을 통한 보완 없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물적 분할 시점에서 자회사가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이 아닌, 향후 상장 시 신주발행에 참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권(naked warrant)를 발행하면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희석되지 않으면서도 물적 분할 당시의 모회사 주주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 상법 상 위와 같은 신주인수권증권의 발행은 불가능하다.

물적 분할 후 상장에 대한 현재의 논란은 최상위 지배회사 외에 자회사 및 손자회사 등이 복층으로 상장되어 있는 한국 특유의 기업지배구조와 더불어 상법 상 tracking stock이나 naked warrant 등의 발행 등 유연한 자본조달이 어려운 제도적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게 된 문제다. 그러므로 눈 앞에 나타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증요법보다는 그 원인을 해결하고 한국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원인요법이 장기적으로는 중요하다. 복층 상장에 따른 이해 충돌 위험을 낮추고 사익 편취 거래를 충분히 규제하여 그로 인한 주주의 이익 침해를 줄이면서 tracking stock이나 naked warrant 등의 발행 등 유연한 자본조달이 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적 분할 후 상장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여도 이와 유사한 또다른 자본시장에서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법학박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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