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잠행시찰까지 했는데…" 오세훈 시장 발끈한 까닭

입력 2022-02-23 17:59   수정 2022-02-23 18:09


서울시가 한 매체에 실린 기고문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며 반박하고 나선 것을 두고 시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상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겨 있는 기사에 대해선 설명 또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하지만, 언론인이 아닌 외부인의 의견이 담긴 기고문에 대해선 이 같은 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기고문은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노숙인 등 빈곤을 위한 정책이 부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에는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서울역 대합실과 도심 거리, 한강둔치에서 노숙인들을 치워버리라고 지시했던 사람이 다시 서울시장이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뜩이나 안전사각, 방역소외로 내몰린 노숙인의 진료비 예산을 삭감해 버린 거다" 등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를 저격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기고문 반박에 나선 이유다.

서울시는 자료를 통해 "서울역 대합실 노숙인 퇴거조치는 2011년 7월 한국철도공사에서 시행한 사항이며, 오 시장은 오히려 노숙인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예산 삭감과 관련해선 "코로나19 이후 노숙인 호흡기 질환 진료가 감소해 집행액도 줄었고 이를 반영해 진료비 예산이 줄어 든 것"이라며 "사후 청구 방식인 노숙인 진료비는 부족시 추경 등을 편성해 전액 보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 시장은 기고문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과거 시장 재임시절 세 차례 노숙인 시설에 잠행 시찰을 갔던 경험을 실무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2007년 성동구 소재 비전트레이닝센터, 2009년에는 서대문구 소재 브릿지종합지원센터를 각각 방문해 갈비탕으로 식사를 하면서 노숙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오 시장은 2010년 수행원 없이 패딩점퍼에 모자를 눌러쓰고 서울역 인근 점심 급식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잠행 방문한 이유는 시설에서 미리 알게 되면 사전에 환경을 정비하거나 식사의 질이 달라질 수 있을 우려해 사전 예고없이 혼자 방문한 것이란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는 거리상담반을 운영하고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노숙인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고 특히 올해 '노숙인 복지 및 자립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워 지원을 확대할 계획인데 이 같은 기고문이 나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노숙인 서비스 지원체계와 주거·일자리·의료 등 분야별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시립 '은평의 마을' 등 노숙인 요양시설 입소인 돌봄과 안전지원 강화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인문학 교육을 재가동하고, 공공일자리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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