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사진)은 다산 정약용에 관해서 국내 최고의 학자로 꼽힌다. 대학 시절 접한 정약용의 매력에 빠져 그의 사상을 연구해온 세월만 어느새 50여 년. 2004년부터 정약용이 남긴 가르침을 해설한 ‘풀어쓰는 다산이야기’라는 칼럼을 18년간 연재해왔다. 이메일로 그의 칼럼을 받아 보는 사람만 36만여 명, 연재한 칼럼은 1195개다.
지난달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연재를 마치고 새로운 칼럼을 준비 중인 박 이사장을 만났다. 박 이사장은 정약용뿐만 아니라 반계 유형원, 성호 이익 등 당대 이름을 떨친 실학자의 이야기까지 담은 ‘풀어쓰는 실학이야기’로 연재를 재개했다.
긴 연재를 일단락한 소감을 물었다. 박 이사장은 “18년 동안 국가적으로 큰일이 있을 때 빼고는 한 번도 ‘펑크’를 내지 않은 점을 조심스레 자랑하고 싶다”며 “함께 쓸 필진이 합류했고, 여러 실학자로 주제도 넓어진 만큼 더욱 깊이 있는 통찰을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학술재단 이사장, 단국대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다산연구소를 설립해 실학사상 보급에 앞장섰다. 대학 시절 법학을 전공하던 중 석사논문 주제로 ‘정약용의 법사상’을 정하면서 실학 연구에 깊이 빠져들었고, 평생의 연구 주제가 됐다.
박 이사장은 “대학 시절 다산을 처음 접한 이후 ‘다산의 사상은 무엇인가’를 널리 알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고, 그런 뜻에서 2004년 다산연구소도 설립한 것”이라며 “연재를 인터넷·이메일로 하게 된 것 역시 더 많은 독자가 내용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할 즈음엔 받아 보는 분이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독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고 했다.
200년이나 된 다산의 사상이 현대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다산이 주장한 공정과 청렴의 정신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보다 부정부패가 줄어들긴 했지만 오히려 ‘LH 사태’와 같이 교묘하게 공정·청렴을 해치는 일은 더욱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대선 후보들이 모두 ‘공정’을 외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산의 삶과 저술, 말씀이 이런 공정과 청렴의 본보기가 되는 만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연재를 마친 박 이사장이 최근 새로 몰두하는 과제가 하나 있다. 호남 지역 유학자들의 사상과 생애를 정리한 책을 저술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제 고향인 광주를 비롯해 호남 지역의 걸출한 유학자들이 있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이분들의 사상을 정리한 ‘호남유학사’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