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경기 ‘과천주공8·9단지’(조감도) 재건축 시공권 입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수도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이 단지는 다음달 3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는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수주 전략 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고급(하이엔드) 브랜드 적용과 이주비 대책이 시공권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당 사업지는 과천에서 과천3단지(2988가구)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용적률도 128%로 낮은 편이다.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지하철 4호선 과천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단지 안에 관문초가 있고 과천고도 가깝다. 양재천과 맞닿은 데다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 조망도 가능하다. 단지 옆엔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랜드 등 주요 문화시설도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정비사업 현장설명회엔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호반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해야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수는 없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 서너 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택정비사업 수주 1위를 차지했던 현대건설은 과천주공1단지 입찰 참여 이후 5년 만에 과천 재건축사업에 도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등도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이들 건설사는 사업성과 구체적인 사업 여건 등을 따져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입주한 과천위버필드(주공2단지)를 SK에코플랜트와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경험이 있어 과천에서의 두 번째 수주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푸르지오써밋’(옛 과천주공1단지)과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옛 과천주공7-1단지) 등 과천에서 3개 단지를 수주한 대우건설은 입찰 실무팀을 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비 지원 대책도 수주전의 중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15억원 이상이면 재건축 이주비 대출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주민 부담을 줄이는 이주비 대책을 내놓은 건설사가 조합원의 마음을 얻어 왔다. 대우건설도 과천 주공5단지 수주전 당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연대보증을 통해 이주비 전액을 책임지겠다고 내세워 시공사로 선정됐다.
과천8·9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어느 건설사가 들어오든 하이엔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최소한 과천주공5단지 수준 내지 그 이상으로 이주비 지원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 시공 능력도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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