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계절독감과 비슷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백신을 3차까지 맞은 사람은 치명률이 독감보다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60세 이상은 3차 접종을 하더라도 치명률이 계절독감의 5배 이상에 달해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세계 최다 기록을 찍는 등 5차 대유행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비상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치명률은 극명히 갈린다.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60세 이상은 백신을 3차까지 맞아도 치명률이 0.5%였다. 계절독감 평균 치명률의 5배 이상이다. 이에 비해 60세 미만은 3차 접종을 완료하면 치명률이 0%였다. 전문가들이 “60세 이상에겐 여전히 오미크론의 위험도가 높다”고 경고하는 배경이다.
특히 60세 이상이면서 미접종인 사람은 치명률이 5.39%로 더 높았다. 이런 점을 들어 손 반장은 “더 많은 국민이 예방접종을 완료할수록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간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SNS에 “오미크론 대응에 있어서 3차 접종이 중요하다”며 접종을 당부했다.
유행 규모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박 팀장은 “위중증률이 확실히 떨어져 계절독감과 유사하더라도 발생 규모가 크면 비상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5000명이 발생할 때의 치명률 0.1%와 5만~15만 명이 발생할 때의 0.1%는 다르다”고 했다. 오미크론 치명률이 델타보다 낮다고 해도 전체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 이와 비례해 위중증 환자·사망자도 급증해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실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약 한 달간 사망자는 1326명에 달했다. 방역당국이 계절독감의 연간 사망자가 3000~5000명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사망자가 250~416명 정도여야 하는데,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3일도 오후 9시까지 16만138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4일 발표되는 최종 확진자는 18만 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신규 확진자가 세계 최다를 기록한 것에 대해 “대륙별로 유행 시기가 달라 확진자 수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