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부드럽게 갯벌을 감싸고 있고, 하늘은 연한 먹물을 적셔 붓으로 그려 넣은 듯 흔들린다. 신비감이 묻어나는 이 장면은 사진가 이건목이 경기 평택 인근 갯벌과 주변을 긴 노출로 찍은 ‘꿈과 기억 그리고 휴식’ 연작의 하나다. 갯벌의 굴곡을 따라 들고나는 바닷물의 흐름을 담았기 때문에 물길이 나타났다. 또한 구름의 움직임 때문에 하늘이 깃털처럼 변했다. 현장에서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오직 사진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이다. 카메라의 메커니즘과 자연 현상의 조합이 탄생시킨, 현실이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의 장면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바다를 보며 그곳에 대한 추억과 감정을 극대화해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의 특성을 이용해 평범한 대상을 특별한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예술 작품은 작가의 세계관과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의 마음속이 바로 이런 풍경일 것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