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뽑는 종이 놓고…제지업계 자존심 대결

입력 2022-02-23 18:08   수정 2022-02-24 01:31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사용하는 투표용지가 오는 28일부터 인쇄된다. 20대 대선에는 250t의 투표용지가 필요할 전망이다. 투표용지 시장은 무림페이퍼와 한솔제지가 6 대 4로 양분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5억원가량에 불과하지만(t당 200만원) ‘대통령을 뽑는 종이’를 만든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술력을 홍보하고 있다.

투표용지는 일반 인쇄용지(백상지)가 아니라 특수 코팅지로 제작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하는 종이의 평량(무게), 두께, 평활도(매끄러운 정도), 인장 강도(끊어지는 정도), 인주 적성(인주 흡수 속도), 접지성(종이가 접힌 뒤 원상태로 회복하는 정도) 등 까다로운 품질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선관위는 초당 108㎝를 검사할 수 있는 자동개표기를 사용한다. 이때 종이 걸림 현상과 개표 오류를 막기 위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정전기로 인해 투표용지가 서로 달라붙거나 투표 도장의 인주가 번지면 무효표로 판독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를 접었다 펴는 접지성이 좋아야 자동개표기 용지 걸림 현상도 피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는 약 4418만 명의 국민이 투표한다. 대통령 후보는 총 14명으로 확정됐다. 투표용지 길이는 가로 10㎝, 세로 27㎝다. 투표용지를 모두 이으면 1만1928㎞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 직선거리를 36번 왕복할 수 있다.

선관위는 이번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인쇄를 위해 전국 60여 개 인쇄소를 선정했다. 각 인쇄소는 이번주 선거용지 인쇄용 종이를 공급받고 인쇄에 들어간다. 종이를 미리 받아두면 습기를 머금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선관위는 공정거래법상 특정 업체 제품을 추천하거나 선정하지 않는다. 각 인쇄소가 무림 혹은 한솔의 투표용지를 선택한다.

2002년 지방선거부터 투표용지를 납품한 무림은 2007년 전자개표기용 투표용지 제조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한솔은 2006년부터 투표용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재생펄프를 포함한 친환경 용지를 제작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홍보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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