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부품 강자' 삼기, 전기차 승부수 띄웠다

입력 2022-02-23 18:10   수정 2022-02-24 01:34


삼기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 들어가는 엔진·변속기·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정밀금속 주조) 전문업체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속 ‘실린더 블록’을 비롯해 변속기의 핵심 부품인 ‘밸브보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외장 부품인 ‘엔드플레이트’ 등 만들기 까다로운 고난도 기술 부품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변속기·엔진 부품에 강점
현대차·기아의 캐스퍼, 모닝, 레이 등 경차 모델 80%엔 삼기의 엔진 실린더 블록이 들어간다. 폭스바겐의 주력 전기차 모델(ID3, ID4, ID5) 10대 중 3대에는 이 회사의 엔드플레이트가 탑재됐다. 엔진 실린더 블록은 2만여 개 자동차부품 가운데 가장 고가이면서 만들기 어려운 부품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기술 유출과 품질관리 우려로 이를 자체 생산하다가 최근에야 외주로 돌렸는데, 삼기는 이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밸브보디 역시 2014년 아시아 최초로 폭스바겐에 직접 공급해 명성을 날렸다. 밸브보디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설계된 밸브 안에 오일로 압력을 가해 기어를 바꾸는 기능을 한다. ‘자동변속기의 머리’로도 불린다. 김치환 삼기 대표는 “밸브보디를 자체 생산하던 폭스바겐이 처음으로 우리 부품을 쓰기로 한 것은 폭스바겐 자체 제조 능력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기는 1978년 자전거부품 제조회사로 출발했다. 창업주인 고(故) 김상현 회장은 주 고객사인 삼천리자전거와 기아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이들의 앞글자를 따 ‘삼기’라고 사명을 지었다. 1983년 자동차 부품시장으로 눈을 돌려 기아의 프라이드, 봉고, 라이노 등에 부품을 공급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대표는 2014년 경영권을 승계해 전기차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엔드플레이트’의 절반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다. 이 배터리들은 최종적으로 폭스바겐 포드 포르쉐 등에 공급된다. 엔드플레이트는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외부를 감싸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지난해 삼기의 엔드플레이트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삼기는 전기차 모터를 감싸는 외장 부품인 모터하우징도 만들어 LG마그나에 공급하는 국내 최대 공급업체다. 스텔란티스와 포드에 최종 공급된다. 올 하반기엔 현대차그룹이 신규 양산하는 아이오닉 6, 니로EV 등 전기차에 감속기 케이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부품 투자로 승부수
삼기는 지난해 전년보다 50~60% 증가한 5700억~5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배터리 부품 비중 확대에 따른 결과다. 현재 매출 비중은 엔진 부품이 28%, 변속기 부품은 38%, 전기차 부품은 25%다. 김 대표는 “전기차 부품 매출 비중을 연내 33%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부품업체로는 드물게 자체 용광로를 갖춰 알루미늄 합금 일관생산체제(주조·가공·조립)를 구축했다. 전기차로 전환될수록 가벼운 차체 소재인 알루미늄 수요가 높아져 관련 매출이 급증할 전망이다. 차량 경량화와 관련해선 독일 아헨공대와 공동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기는 전기차의 안전과 경량화 모두를 책임지는 글로벌 알루미늄 선도업체로, 삼기EV는 배터리 부품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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