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커피 팔아도 남는 게 없는데…" 카페 사장님 '한숨'

입력 2022-02-23 21:00   수정 2022-02-24 09:58

스타벅스를 필두로 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피·탐앤탐스·폴바셋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면서 주로 1000원대 커피를 판매하는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커피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싼 가격이 경쟁력인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클 수 있어 인상 폭이나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다.
커피값 도미노 인상 본격화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가 커피전문점 매머드커피는 일부 커피 품목을 200∼300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000원대 커피가 줄고 일부 메뉴들이 2000원대로 올라서게 됐다. 카페라떼는 1700원에서 1900원, 바닐라라떼는 1900원에서 2200원이 된다.

기후 변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에 따른 공급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커피 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탓이다. 이미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예고한 상태다.

스타벅스가 일부 커피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한 뒤 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피·탐앤탐스도 일제히 300~400원씩 음료 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는 한 잔에 4500원이 됐다. 다음달에는 폴바셋도 42종 메뉴에 대해 200~500원 인상에 나선다.

컴포즈커피, 빽다방, 더벤티 등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저가 전문점들은 아직 아메리카노 한 잔에 1000원가량 받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커피 원두 가격이 오른 데다, 임대료와 인건비·전기료가 계속 올라 이 가격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1000원짜리 커피 마진 안 남는다"
저가 커피전문점들은 “원재료비 압박에 가격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파운드 당 121.10센트였던 국제 원두가격은 이달 9일 기준 258.35센트로 2배 이상 치솟았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자연재해, 코로나19로 인한 컨테이너 부족과 물류비 상승 등 원두·생두 등의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까지 겹쳤다.


업계에 따르면 커피 한 잔에 원두값은 300~500원, 포장비는 400~500원가량이다. 여기에 임대료·인건비·전기세·부가세 등을 따지면 1000원짜리 커피는 마진을 남길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저가 커피전문점들의 경우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크다는 점. 강점인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면 편의점 컵커피·캔커피나 사무실 믹스커피 등으로 고객 수요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머드커피 역시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1400원짜리 아메리카노(미디엄 사이즈 기준)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앞으로 도입되는 일회용품 보증금제도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6월10일부터는 전국 주요 커피 판매점과 패스트푸드 매장 등에서 일회용 컵 사용 시 3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커피 값이 1700원만 돼도 체감 비용은 2000원대로 올라선다.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상가에서 중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모 씨(39)는 “주변 학원가 덕분에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가장 잘 팔린다. 아메리카노 가격을 보고 방문한 손님들도 2000~3000원짜리 음료를 마시는 게 대부분이다. 값을 올리면 고객들이 편의점으로 빠져 매출이 떨어질까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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