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4일 08: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요 게임 업체의 신작 흥행 여부에 국내 신용평가사가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영업실적이 부진해진 상황에서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작 흥행에 실패하면 탄탄했던 재무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의 판단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주요 게임 업체들의 지난해 연간 잠정 실적을 점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주요 게임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수혜의 기저효과와 신작 게임 부진이 맞물린 탓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다고 봤다. 연초 연봉 인상 기류가 확산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확대된 게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상위권 게임 업체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감소했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3% 감소한 2745억엔을 나타냈다. 한화 기준으로 3조원을 다시 밑돌았다. 플랫폼별로는 PC 매출이 전년 수준을 이어갔지만 모바일 콘텐츠의 진부화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한국과 중국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마케팅 비용 감소로 30%대를 유지했지만 매출 감소 폭이 커지면서 영업이익 규모 자체는 전년 대비 18% 감소한 915억엔을 나타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2조3088억원을 나타냈다. 리니지W는 안정적인 실적을 냈지만 신작 게임인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 기존 게임인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매출 감소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초부터 시작된 연봉 인상 여파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020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 2조5059억원을 나타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중 연결 편입된 스핀엑스 효과를 제외하면 기존 게임 타이틀의 매출 하향세, 신작 부진 등의 여파로 자체적인 매출은 감소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전년 대비 12.9% 증가한 1조886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영업이익률도 33.9%로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엔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출시 과정에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출시된 오딘:발할라 라이징이 흥행에 크게 성공한 덕분이다. 영업이익률은 오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3분기까지 관계사로 분류돼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다소 저하됐다. 4분기부터는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개선됐다.
컴투스는 지난해 전년 보다 9.2% 증가한 5560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하지만 4분기 중 위지웍스튜디오의 연결 편입 효과를 빼면 연간 매출은 큰 변동이 없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한 자리수로 크게 나빠졌다. 펄어비스와 더블유게임즈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과거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기존 콘텐츠 진부화와 마케팅비 증가의 영향이라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전체적인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띠겠지만 인건비 인상 탓에 업계 수익성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게임업의 특성상 인건비 상승은 결국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며 "대부분 게임 업체가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는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회수에 나설 시점"이라며 "빠른 신작 출시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는 업체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 게임 업체들의 신작 흥행 여부와 재무부담 통제 여력을 관찰해 신용도에 반영할 방침이다. 시장의 기대가 높던 신작들이 지난해 출시를 올해로 줄줄이 연기한 상태다. 또 지난해 업계 전반의 부채 확대가 두드러졌다. 수년간 이어오던 보수적인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컴투스,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등의 회사채 신규 발행도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축적된 재무완충력을 보면 아직까진 재무구조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투자가 확대되면 재무구조 저하로 연결되는 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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