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듣기에 좋은 슬로건만 있고 구체성과 현실성이 없다.” 산업계·학계 전문가들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인공지능(AI) 정책 공약을 들여다 본 뒤 입을 모아 내놓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6일 AI미래포럼과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요정당·대선후보들에게 AI 강국 코리아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개최한 AI미래포럼(AIFF) 웨비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AI 공약을 알아봤다.
세 후보 모두 대권을 잡을 경우 AI와 소프트웨어(SW)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후보는 AI 융합산업을 활성화하고 AI 기반 사물인터넷(AIoT) 클라우드 서비스를 키우는 등 다방면으로 AI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실패 분석 AI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포럼에서 이 후보 캠프를 대변한 홍충선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유니콘기업을 100개 육성할 것이고, 이중 AI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캠프는 AI 기반 정부 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과 미국간 AI 과학기술 동맹을 맺는 등 행정·외교 등 분야에서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윤 후보가 당선되면 임기 3년 내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완성할 것”이라며 “세계 최대 AI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은 AI 반도체 등 산업 초격차 확보를 강조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GDP의 5% 비중까지 R&D 예산을 확대하고, 2조원 규모 ‘초격차 펀드’를 조성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선 각 캠프의 ‘장밋빛 공약’을 두고 쓴소리가 이어졌다. 현실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계획마다 소요 예산이나 일정 등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자미 고려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각 후보 모두 공교육 환경에서 보편적 AI 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 위주 AI 교육만으로는 인재를 충분히 육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로 큰 사업을 새로 벌이겠다는 기존 공약 일변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약마다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은 없고, ‘디지털 포퓰리즘 정책’만 많다”며 “진짜 발전을 위해선 새로 무엇을 더하려는 것보다 낡은 규제 등 ‘버릴 것’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AI 기반 행정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 등은 AI 산업 정책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며 “정부는 AI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보다 민간과 시장의 기반을 조성해주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공지능·데이터 프로젝트매니저(PM)는 “AI 기술은 승자독식 구조”라며 “정부는 한국이 어느 AI 기술을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해 장점을 살리고, 그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재식 카이스트 AI 대학원 교수는 “선도형 AI 만드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의 추격형 관점으로는 선진국의 기술 특허 벽을 넘을 수 없다”며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 선도적 AI 기술 개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선한결/이소현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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