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오르가니스트였던 그는 대기만성의 작곡가였다. 유일한 교향곡 작품인 교향곡 D단조는 64세에 완성했다. 1887년 1월 파리음악원에서 초연했을 때엔 오늘날 같은 뜨거운 반응은 없었다. 지금은 프랑크 특유의 고전적 취향이 잘 드러난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프랑크 작품들 중에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도 그렇지만, 이 교향곡은 ‘순환형식’으로 유명하다. 하나 또는 두 개의 순환주제를 변형하거나 있는 그대로 사용해 내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기법이다.
곡에서는 세 개의 순환주제가 사용된다. 시작하자마자 중저음의 현악 유니즌으로 제시되는 순환 동기와 여기서 파생된 동기들이 모든 악장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 곡에 긴밀한 유기성과 강력한 통일감을 부여한다.
프랑크 교향곡은 많은 부분에서 ‘암흑에서 광명으로’가 모토인 베토벤의 교향곡을 닮았다. 1악장에서는 암흑 속에 도사린 빛이 번득이며, 2악장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옛 성’의 고즈넉함을 연상시킨다. 3악장에서는 승리의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이 곡의 해석에서는 긴 호흡의 프레이징을 단절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음향적인 측면도 중요해서 두터운 오르간적 음향을 잘 구현해야 한다.
교향곡 D단조의 명반으로는 푸르트뱅글러/빈 필(데카), 카라얀/파리 오케스트라(EMI) 외에도 수없이 많은 명 녹음이 존재한다. 그중 SACD로도 발매된 피에르 몽퇴(1875~1964) 지휘의 시카고 심포니 녹음(Sony/RCA)을 골랐다. 파리 출신의 몽퇴는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 등을 초연한 명지휘자다. 프랑스적인 향기와 독일적인 조형미를 음악에서 끄집어내는 몽퇴는 프랑크의 작품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1961년 녹음 당시 시카고 심포니는 프리츠 라이너의 지휘 아래 잘 벼려진 칼처럼 광채를 빛내던 악단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작품 해석에 강한 몽퇴의 지휘봉이 적재적소에 두텁고 입체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놓고 있다. 금관이 뛰어난 시카고 심포니의 중후하게 빛나는 사운드는 일품이다. 프랑크 교향곡은 피에르 몽퇴에게 세 번째 녹음으로 원숙미를 보여준다. 당시 음반사인 RCA의 리빙스테레오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녹음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교차로 같은 프랑크의 작품을 해석하는 몽퇴의 음반을 듣다 보면 이 녹음이 현대의 녹음과 과거의 스테레오 전성기 녹음의 교차로에 있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더 예전의 녹음도 한 번 들어볼 수 있는 자극이 돼준다. 음질이 반드시 우상향으로만 진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음반을 찾아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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