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를 위한 세계(The World for Sale)》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영국 주요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에 의해 ‘2021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이 책은 너무나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에는 돈과 권력 그리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를 누비는 트레이더들의 흥미진진한 모험기가 펼쳐진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원자재 거래의 현장을 여행하고 나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전과는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하는 원유로부터 스마트폰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원자재를 기반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자재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됐는지에 대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원자재 시장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변방으로 취급되던 분야였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전 세계가 원자재 대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광물, 곡물을 찾아가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는 트레이더들의 세계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간다. 아무리 부패한 정권이 지배하고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는 곳이라도 그곳의 실력자들과 담판을 짓고 거래를 한다.
원유 시장은 원자재 트레이더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록펠러가 창립한 스탠더드 오일을 비롯해 소위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라고 불리던 미국의 정유기업들이 장악하던 원유 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등장하면서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원유 생산의 주도권이 미국의 정유기업들이 아니라 원유생산국으로 넘어오면서 원유 거래에는 커다란 혼란이 생겼다. 유통이나 물류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원유 생산국들은 자신들을 도울 파트너를 간절히 필요로 했고,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들은 국제 제재나 정치적인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돈 버는 일에만 혈안이 돼 움직였다. 사담 후세인이 원유를 팔 수 있도록 돕고,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 반군에 연료를 공급하고,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현금을 갖다 바쳤다.
블룸버그 소속으로 원자재 및 에너지와 관련한 세계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평가받는 하비에르 블라스와 잭 파치는 《세일즈를 위한 세계》를 통해 비밀스러운 트레이더들의 세계를 공개한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이 어떻게 글로벌 자원 시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 소개하면서, 자원을 공급하는 나라와 자원을 필요로 하는 나라 사이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아울러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원자재 무역이 가능하도록 든든한 뒷배가 돼준 세력들을 낱낱이 밝혀낸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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