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토교통부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주택 사업계획승인을 위해 거쳐야 하는 심의 및 협의는 교육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지정문화재 보존 협의 등 총 15개로 집계됐다. 교통안전시설물 설치에 관한 사항 등 비교적 간단한 협의까지 포함하면 집을 짓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가 20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정비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심의를 소관하는 부처도 7개로 조사됐다. 주요 심의는 건축법과 주택 공급 등을 주관하는 국토부 소관이지만 다른 부처 역시 심의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추세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과 매장문화재법에 근거해 지정문화재 보전 협의 등 총 4개의 심의나 협의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 역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등에 따라 세 가지 협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교육청(교육영향평가), 환경부(환경영향평가), 행정안전부(재해영향평가 협의), 소방청(소방 협의) 등이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심의 및 협의 제도를 갖고 있다.
심의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소방영향평가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돼 있고 문화재청도 문화재영향평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심의가 지나치게 많고 소관 부처가 흩어져 있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법 개정도 잦아 이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공공주택지구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강화된 심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공사 중단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대방건설과 금성백조, 대광건영 등 3개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짓는 아파트(1373가구)에 대해 “심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문화재청은 2017년 개별 심의를 받도록 강화된 규정을 장릉이 있는 김포시에만 알렸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인천도시공사, 인천 서구 등은 건설을 허가했다. ‘행정 과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문화재청도, 인천 서구도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며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영향평가 등 일부 심의는 기준이 불명확해 서울 부산 등에서 주요 재건축 사업을 수년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복잡다단한 심의를 간소화하지 않는 이상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통합 심의를 진행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겹치는 절차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소관법에 근거한 심의는 통합해서 할 수 있도록 상반기를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다른 부처 심의 등에 대해서는 참고 매뉴얼을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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