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 안전관리가 한 단계 레벨업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흔히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요약되는 ‘스마트 건축’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스마트 건축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건축물을 짓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건설 인력난 해소와도 관련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스마트 건축으로 ‘프리콘(pre-construction)’과 ‘OSC(off-site construction·탈현장 건설)’가 있다. 프리콘은 ‘공사 전에 가상으로 건설을 해 본다’는 뜻이다. 설계 단계부터 발주사, 설계사, 건설사 등 모든 관계자가 참여해 원가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BIM(빌딩정보모델링) 등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력 재배치와 작업 공정 조율 등으로 정확한 견적을 뽑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다.
OSC 방식은 현장 부지가 아니라 공장 등 외부에서 건축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 이송한 뒤 설치하는 형태다.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과 ‘모듈러 공법’ 등이 있다. PC는 공장에서 목적에 맞게 미리 만든 콘크리트 제품이다. 모듈러 공법도 욕실 등 공정 대부분을 공장에서 맞춤 제작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균일한 품질과 강한 내구성이 장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경기 용인 영덕A2블록에서 착공한 경기행복주택(106가구)은 모듈러 공법으로 고층(13층) 공동주택 건설에 나선 첫 사례다. 엄격한 내화 성능 기준 때문에 그동안 모듈러 주택은 대부분 6층 이하로 지어졌다.
일부 대형 건설사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건설 공정을 효율화하고 안전사고를 줄이는 디지털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사는 아직 스마트 건설 시스템 구축이 초보 단계다. 건설사가 디지털전환을 서두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용 기준 수립과 관련 기술 도입을 위한 자금 조달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채찍’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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