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솔루션의 대명사인 미국 플랫폼 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줌)이 2020년부터 이어오던 재택근무 원칙을 철회한다.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대표 기업의 ‘역설적’ 결정이다.
2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줌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시대 이후 직원 근무 형태를 확정했다. 오미크론 확산이 진정되는 대로 직원에게 전일 재택, 전일 출근, 그리고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혼합) 근무 등 세 가지 형태에 대한 자율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전면 재택의 효용성에 대해 사내 의견이 분분해지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미 해외에선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회의를 늘린 기업이 많아져서다. 미국 조지아대·애리조나대·아칸소대의 줌 피로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메라를 켜둔 참가자, 그리고 여성 직장인이 더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줌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마다 직원 대상 설문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조사에선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한 이들이 전체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선 상황이 바뀌었다. 줌이 지난달 설문 조사업체 모멘티브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69%의 직원이 “상황에 따라 출근과 원격 근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줌은 회의실에 설치해서 쓰는 화상회의 솔루션 ‘줌 룸’ 사내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줌이 개최한 미국 캘리포니아 줌 본사 가상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제프 스미스 줌 룸 총괄은 “직장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기업인에게 줌 룸은 중요하다”며 “줌 본사에는 소·중·대형 회의실과 교육실 등에 줌 룸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줌 룸은 65인치 크기 디스플레이 2~3대와 카메라가 내장된 전용 화상회의 소프트웨어(SW) 기기를 통해 구현된다. 출근자는 회의실에 설치된 솔루션을 통해 재택근무자와 소통할 수 있고, ‘줌 화이트보드’ 기능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마치 칠판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최근 ‘100% 가상현실’을 강조하며 출시되는 메타버스 회의 솔루션들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향후 업종별로 사용되는 화상회의 솔루션이 다양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근무자 역할이 중요한 의료와 제조, 물류 업종 기업은 혼합근무 기반 화상회의 솔루션 사용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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