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삼표산업은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수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고용부는 사고가 터진 당일 현장 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뒤 31일엔 30명을 투입해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및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양주사업소는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현재까지 고용부의 작업 중지 명령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한 삼표산업의 손실은 4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불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경영계가 우려했던 사안들이다. 법 시행 후 중대재해가 터진 기업 대부분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고용부는 가능한 수사 방식을 총동원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이사 입건, 본사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인력 총동원, 전국 사업장 대상특별감독 실시 등이다.
경찰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업 대상 수사에 들어가는 식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법 시행 전 수사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던 고용부와 경찰은 협조를 통해 수사를 간결화하기보다 경쟁을 통해 더 번잡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고용부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체계 역시 경찰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법무부와 검찰도 “중대재해 기업 엄벌”을 외치며 숟가락 얹기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소방청,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도 제각각 진상 조사에 나서 이들의 조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중대재해가 터지면 관련 상장사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도 반복해서 나타난다”며 “산업재해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책임을 묻는 건 필요하지만, 과잉 수사로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막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한 달간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 건수는 총 24건, 사망자는 29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사고 18건, 사망 18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산업안전 분야의 한 변호사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사고가 줄어들지 않음을 입증하는 수치”라며 “앞으로 2~3년 이내에 국내 기업 상당수가 중대재해법으로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안전책임자(CSO) 무용론’도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CSO를 임명하고 산업안전 업무를 일임했다.
하지만 수사 기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를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부는 삼표산업과 요진건설산업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서 CSO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거들떠보지 않은 채 대표이사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마저도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나 가능하다. 중대재해법에 대응할 역량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자포자기 분위기다. 로펌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해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기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조사 대표는 “지금으로선 직원들이 사업 현장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횟수를 늘린 게 최선”이라며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곽용희/안대규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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