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의 경우 가족 중 확진자가 나와도 격리 없이 출근·등교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격리해제 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권고사항’으로 바뀐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약 2년간 시행했던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제도 자체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숨은 감염자’를 양산해 유행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CR 검사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으로 바뀐다. 현재는 확진자의 동거인으로 분류되면 1일차와 격리 해제 전 PCR 검사를 두 번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확진자의 검체채취일로부터 3일 이내 PCR 검사, 7일차에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도 가능)를 받는 것으로 바뀐다. 검사는 의무가 아니라 자율적 준수 사항이다. 검사를 안 받아도 과태료 부과 등 처벌받지 않는다.
정부가 격리 지침을 느슨하게 바꾼 건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통제관은 “확진자가 17만 명대로 급증하면서 보건소의 확진자 당일 처리가 어려운 상태”라며 “확진자 이외의 대상자 관리에 행정력이 투입되는 것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새로 바뀐 조치는 다음달 1일 이전에 자가격리를 하게 된 미접종 동거인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단 학생과 교직원은 새학기 등교 상황 등을 감안해 3월 14일부터 지침이 적용된다.
숨은 감염자가 많아지면 유행 전파가 빨라지고, 정점의 규모도 커진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미크론의 정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3월 중순 25만 명 내외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팀은 감염 재생산지수가 1.67일 경우 신규 확진자는 1주일 뒤 21만여 명, 2주 뒤 33만여 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팀도 다음달 2일 하루 확진자가 32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동거인의 격리 면제로 인해 추가 전파되는 건 불가피하다”며 “대신 주의사항, 행동 수칙 등을 정확하게 안내해 숨은 감염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병원 내 의료진 감염 증가에 따라 병원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위험도가 가장 높은 3단계(위기)일 때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인은 접종을 완료(3차 접종 후 14일 경과)했다면 검체채취일로부터 3일만 격리된 후 근무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의료인도 확진자와 접촉했을 경우 무증상이면 신속항원검사를 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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