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 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국내 1위 독립계 보험판매대리점(GA)인 피플라이프가 매물로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대면 영업에 타격을 입은 데다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GA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스 등 보험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테크 기업 등이 피플라이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피플라이프는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회사 소개가 담긴 ‘티저 레터’를 배포했다. 매각 주관사는 도이치뱅크가 맡았으며 희망 몸값은 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삼성생명 출신 창업자인 현학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6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인 코스톤아시아가 32.2%, 푸본현대생명이 4.9%를 갖고 있다. 현 회장과 FI 지분을 포함한 100%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티저 레터에 따르면 피플라이프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매출 319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40억원을 기록했다. EBITDA는 전년 동기(200억원) 대비 70% 증가했다. 전국 오프라인 지점 수는 189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대면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이 자회사형 GA법인을 설립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져 결국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속 설계사 1만8000여 명을 보유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4월 출범하자마자 GA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피플라이프의 인수 후보로는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및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거론된다. 최근 들어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 등을 통해 GA 영업망을 늘리고 있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도 인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토스는 올해 초 100여 명의 설계사 채용에 나서는 등 대면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토스 등 테크 회사들이 규제 강화 등 영향으로 오프라인 영업망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매각 측에선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토스 입장에서도 가격만 적당하다면 M&A로 단기간에 사업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독립계 GA회사들이 잇따라 상장이나 매각에 성공한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리치앤코는 JC파트너스에 약 1900억원에 매각됐고 인카금융서비스는 연초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피플라이프는 현 회장이 2003년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계 GA로 조인성·현빈 등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업계 최초로 설계사를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9년 PEF인 코스톤아시아로부터 조달한 투자금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500곳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세웠으나 코로나 위기로 결국 좌절됐다.
차준호/이호기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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