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열린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교육학과 졸업생 강민영 씨(사진)의 이 같은 연설은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이날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강씨는 ‘레버 선천성 흑암시증(LCA)’을 앓고 있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지난해 교육행정 부문 5급 공무원 채용 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중증 시각장애인의 5급 공채 합격은 1949년 고등고시령에 따라 ‘행정과’ 시험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비장애인들과 경쟁해 수석합격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5급 공채는 7, 9급 공채와 다르게 장애인 구분모집단위가 따로 없다. 시각장애인은 시험시간 1.5배 연장, 점자문제지 및 답안지 지급 등 응시를 위한 기본적 편의사항만 제공받을 뿐 대부분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른다.
강씨는 “균등한 교육 환경 실현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고시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배움의 과정은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며 “점자를 공부하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점자로 변환된 책은 많지 않았고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도 늘 배움에 목말라 하며 학교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삶의 과정 속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란 생각에 5급 공채에 도전했다”고 했다.
시험 준비는 그에게 좌절의 연속이었다. 1차 시험에 연달아 탈락하자 주변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며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그날의 성취를 되새기면서 후회 없는 수험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시간 낭비라던 일들이 결국 모두 내 삶에 도움이 됐다”며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은 내려놓고 과감히 도전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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