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협상 좌초…러 "군사작전 계속"

입력 2022-02-27 00:03   수정 2022-03-28 00: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불발됐다. 러시아는 여러 방향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향해 공격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함에 따라 러시아군이 일시 중단한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재개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사실상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오늘 낮 작전 계획에 따른 주요 러시아군의 진격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 저녁 군최고통수권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으로 군대 진격이 일시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진격 중지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와의 협상 기대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주요 부대들에 진격 중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였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앞서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측과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지위에 대해 협상을 하는 방안이 양측 간에 논의됐으나 회담 장소를 러시아가 제안한 벨라루스 민스크 대신 폴란드 바르샤바로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해 무산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긴밀한 동맹국이다. 반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협상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한 것은 러시아가 내세운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지금 막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다는 정보를 받았다. 러시아가 중재자를 통해 변경해 전달한 조건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항복시키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러시아 측이 제안한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가능한 평화조약의 조건은 모스크바가 아니라 키예프의 조건이라야 함을 그들에게(러시아 측에) 표명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 역시 "우크라이나가 협상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러시아 측의 비현실적인 조건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정전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최후통첩이나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인도 등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5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러시아와 중재를 요청했다.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대사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지난 한 해 이스라엘에 가능하면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스라엘이 우리와 러시아 모두와 관계가 좋은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중재 요청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도에 정치적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통화했고 "인도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우리를 정치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도 총리실도 자료를 내고 모디 총리가 이날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충돌로 인해 인명 희생과 재산 손실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비통함을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는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5000만달러(약 4215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이며 평화를 사랑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용기와 자부심을 품고 러시아의 잔혹하고 정당성 없는 공격에 맞서 싸우는 가운데 전례없는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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