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27일 “오전 7시 52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00㎞, 고도는 약 620㎞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보 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로부터 28일만이다. 올 들어서만 8번째로 최단 기간 최다 발사 기록이다.
이번 미사일은 사거리 1000~2500㎞의 MRBM으로 추정된다. 이번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약 300㎞로 비교적 짧은데 반해 고도가 600㎞ 이상으로 매우 높았는데, 북한이 미사일의 정상 각도에 비해 ‘고각’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2017년 2월 MRBM ‘북극성-2형’을 처음 발사했을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에 “거의 수직인 89도로 쐈고 550㎞까지 올라갔다”며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거리는 2000㎞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달 화성-12형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수 사격’ 차원에서 북극성-2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수 사격은 실전 배치를 앞둔 무기를 무작위로 골라 하는 시험발사를 뜻한다.
정부는 이번에도 ‘도발’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은 채 “엄중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날 오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와 지역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통화하고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대선으로부터 불과 열흘 전 이뤄졌다. 북한은 종종 대선 직후나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도발을 계속해왔지만 대선 직전 고강도 도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한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발에 나선 것은 2012년 김정은 집권 후 첫 한국 대선이던 18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던 것 이후 10년만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우리 대선 와중에 북한 이슈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도 북한이 무력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6일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전상 요구를 무시하고 세계 패권과 군사적 우위만을 추구하면서 일방적인 제재 압박에만 매달려온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그 근원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미국에 돌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내정 간섭에 대항해 합법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베이징올림픽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장 정리를 끝냈으므로 ‘도발의 일상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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