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직장 내 갑질, 성희롱 등 각종 비리가 이어지고 있는 새마을금고를 엄단하겠다며 정부가 감독강화 대책을 내놨다. 직원 신고 채널을 확대하고 정기검사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다. 하지만 전문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채로 지역 토착세력 위주로 유착돼있는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새마을금고의 개혁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새마을금고 감독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새마을금고는 중앙회와는 별도로 금고본점 1300개, 지점 3218개가 전국에 분포돼있으며 총 자산은 지난해 242조원에 달한다. 농협, 수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이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것과는 달리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관할이다.
새마을금고는 오랫동안 '비리온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횡령, 배임, 사기, 성희롱, 갑질 등 논란이 이어져왔다.
2020년 대전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2년간 직원들로부터 9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청주 새마을금고에서 직원이 고객 돈 10억원을 빼돌렸는데도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직원의 볼을 건드리는 등 성희롱을 일삼고 임산부에게 음주를 강요하거나 직원들에게 이삿짐을 나르게 하는 등 금고 이사장들의 비위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이 같은 새마을금고의 비리·비위 행위를 막기 위해 중앙회 내 신고·상담 채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회 금고감독위원회 소속으로 6개 권역별 지역검사부를 설치하고 지역검사부 내 고충처리 지원창구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고충 전담 처리반도 설치해 신속한 조사와 징계 처리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행안부와 금감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함께 실시하는 정부합동감사의 대상에 재정건전성 외에 비위 비리 혐의도 함께 들여다 보기로 했다. 중앙회에 대한 정부의 정기종합감사는 2년에 1회 실시하던 것에서 매년 1회 실시하는 것으로 바꿨다.
다만, 정부의 이번 감독강화방안이 새마을금고의 비리를 뿌리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 선출 과정부터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사장 자격요건을 신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체 새마을금고 중 80%가 대의원회의 간선제 방식으로 이사장을 선출하면서 금품 제공 등 부정선거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갖고 있는 중앙회의 박차훈 회장 역시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골프장 이용권 등 금품을 돌린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 개정에 따라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금고의 이사장 선출방식이 직선제로 바뀐다"며 "앞으로 임원 전문성 강화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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