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파일러.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통상 최근 2~3년간 대출이나 신용카드, 연체 내역 등이 없는 자들이 씬 파일러라 불린다.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주부, 자영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씬 파일러는 그동안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때 한도나 금리 측면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금융사 입장에서 이 사람이 돈을 떼어먹지 않고 잘 갚을 사람인지 따져 봐야 한다. 그러려면 소득 정보나 과거 상환 데이터 등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씬 파일러는 참고할 만한 지표가 없다. 이렇게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씬 파일러들은 2금융권을 찾아 고금리를 물게 된다. 실제로 씬 파일러 대다수가 옛 신용등급 기준 4~6급인 중신용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씬 파일러 중에서도 ‘숨은 우량고객’이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현금이 부족하지만 미래 소득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 평소 책임감과 성실함을 감안할 때 돈을 갚지 않을 가능성이 극히 낮은 사람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핀테크를 비롯한 국내 금융권이 최근 들어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신용점수 외에 다양한 금융·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대출 수요자의 상환 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가령 케이뱅크는 통신이나 쇼핑 데이터 같은 대안정보를 활용한다.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는 1호 개인신용평가(CB)사인 크레파스솔루션은 대출자의 앱이나 웹 로그 기록 등을 살펴본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금융) 기업인 피플펀드는 대출 상담자의 음성 높낮이 같은 대화 패턴을 신용평가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수백가지에 달하는 요소들을 종합해 평가하는 만큼 ‘앱 기록이나 쇼핑 패턴이 어떠하면 신용여력이 어떻게 바뀐다’ 등이 명확하게 나올 순 없다. 각 금융사들은 대출 수요자들의 ‘어뷰징’을 예방하기 위해 구체적인 평가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 같은 CSS 고도화가 중저신용자한테 실질적 혜택을 주고 있다는 성과 지표는 속속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체 개발한 CSS를 적용한 결과 중저신용자와 씬 파일러의 대출 승인율이 각각 18.3%, 31.5% 올랐다고 밝혔다.
피플펀드는 지난 1월까지 자사 신용대출을 이용한 고객의 56%가 기존 대출의 한도를 올리거나 금리를 낮춰 피플펀드의 중금리 대출로 갈아탄 고객이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피플펀드에 따르면 이들은 기존 2금융권 보유 대출보다 금리를 평균 4.5%포인트 인하하고 한도는 평균 1389만원에서 2644만원으로 1200만원 넘게 늘렸다.
핀테크 업계는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활용해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금리단층 해소 등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가령 지난 한해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를 통해 나간 대출의 59%가 중금리 대출이었다. 핀다에 따르면 핀다에서 두번 이상 대출받은 이용자들은 회차를 거듭할 수록 금리가 평균 4.2%포인트 낮아지고 한도는 39만원 증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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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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