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에 있는 우크라이나인 3800여명의 체류기간을 당분간 연장시키기로 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해 내린 인도적 차원의 결정이다.
법무부는 28일 우크라이나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국내에서 지내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은 총 3843명이다. 방문동거(F-1) 자격으로 온 사람이 812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단기방문(174명), 결혼이민(153명), 유학(103명), 어학연수(80명) 순이다.
우크라이나인들 중 체류기간 연장이 어려워 기한 안에 출국해야 하는 처지였던 사람은 이제부터 국내 체류를 희망하면 임시 체류자격으로 변경된다. 주로 졸업이나 연수 종료로 학업 활동이 끝난 유학생이나 최대 90일까지만 머무를 수 있는 단기방문자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체류뿐만 아니라 취업도 허용받는다. 법무부는 이미 체류기간이 지난 사람에 대해서도 당분간 강제 출국을 지양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정세가 안정된 후 자진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쟁 등으로 고국의 치안이 위태로워진 외국인에 대해 종종 인도적 특별체류 결정을 내려왔다. 지난해 3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직후 미얀마인들의 국내 체류를 임시로 허용하고, 체류기간이 지난 사람들도 정세가 안정되면 자진해 출국하도록 조치했다. 그 해 8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을 때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특별체류 조치는 전쟁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인도적인 배려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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