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ESG투자가 스타트업 업계와도 무관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얼마나 이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사진 오른쪽)와 스타트업 전력 효율 솔루션 기업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왼쪽)의 공동 인터뷰로 알아봤습니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캠페인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349개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미래에셋증권 등 다양합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대기업들이죠. 대기업들은 강력해지고 있는 ESG 투자 흐름에 맞춰 환경 분야를 더욱 챙기려고 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는 곧 스타트업들에게도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대기업들이 공급체인 과정에서도 환경 이슈를 신경쓸 수밖에 없어서인데요. 실제로 BMW는 LG화학에, 애플은 삼성전자에게 RE100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 흐름은 대기업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들에게로 까지 확산될 것이고요.
김 대표는 "엄밀하게 탄소중립을 했다 하려면 공급 체인 '전부 탄소중립을 실현했다'라고 선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며 "강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런 선언을 하길 원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현실적으로보면 자체적으로 탄소를 줄이는 것보다 자신들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의무를 떠 넘기는 것이 편하다"며 "그러한 요구는 점점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스타트업들이 환경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의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거금의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시대의 흐름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 대표는 "거금의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스타트업은 바로 대기업의 관계사나 계열사로 편입되고, 동반 공시를 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시리즈A나 시리즈B 단계의 스타트업들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 대표는 "투자사 입장에선 스타트업들의 상황은 마치 '블랙박스'와 같아 그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알 수가 없다"며 "이런 가운데 환경 등 ESG 관련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증거들이 있다면 10년 후를 바라보는 VC 투자에서 큰 장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아직 국내 스타트업들의 실정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ESG 관련 포럼을 열면 수백개의 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나 VC들이 참여를 하면서 관심을 보여주기는 한다"며 "하지만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액이 875억 달러가 이뤄지고 있을 시기 국내에선 아직까지 관련 통계나 수치가 집계가 안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관련 환경 기술들이 발전하지 않은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김 대표는 "가령, 스타트업들이 국내 재생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과거 대기업, 지자체 등 위주로 활용하던 전력 생산 단위를 아직도 그대로 쓰기 때문인데, 이 상황에서는 스타트업 등 작은 기업들의 환경 분야 참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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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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