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8일 14: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업체 대명에너지가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달 상장을 연기한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사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증시 불안전성이 커진 데다 높은 구주매출 비중, 공모가 고평가 논란 등이 공모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명에너지는 28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대표주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주관회사 삼성증권의 동의를 받고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3~24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한 자릿수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 공모가격 2만5000~2만9000원의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관들이 적지 않았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455억~5167억 원이었으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오너 일가의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 기업공개(IPO) 시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총공모주식 수 450만 주 중 38.4%인 173만 주가 오너 일가의 구주매출이다. 서종현 대표가 7%(105만 주), 서 대표의 모친인 남향자씨가 4.53%(68만 주) 등 총 11.53%(173만 주)를 구주로 내놨다. 희망 공모가격 기준으로서 대표의 구주매출 규모는 262억~304억 원, 남 씨는 170억~197억 원이었다.
서 대표는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구주매출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부친인 서기섭 회장으로부터 225만 주를 상속받았고 회사 지분 47%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일각에서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점을 수요예측 실패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주당 평가가액을 3만7646원으로 책정했고 적정 기업가치를 7927억 원으로 제시했다.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ESG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상황이어서 공모주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라며 "할인율을 고려하더라도 공모가가 비싸다고 판단한 기관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대명에너지는 해외 자산운용사·사모펀드(PE)들이 주력인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토종 기업이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 개발과 설계·조달·시공 및 운영관리 등 전 단계를 수행하고 있다. 민간 발전사 풍력발전 사업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다. 이 밖에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발전단지의 운영유지 보수관리(O&M) 사업도 맡고 있다.
2020년 매출은 1660억 원, 영업이익은 41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9월 매출은 959억 원, 영업이익 368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은 38.4%였다.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으로 1125억~1305억 원을 조달해 발전소 지분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장이 무산되면서 추가 투자가 어렵게 됐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