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수출국' 된 중국…공산품 값 잇단 인상

입력 2022-02-28 17:17   수정 2022-03-01 07:27


중국 저장성의 캠핑용 의자 제조업체 전둥산업은 지난해 말 미국과 유럽 수출 가격을 일괄적으로 10% 인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을 올렸는데도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수입업자들이 주문을 늘리고 있다”며 “올 상반기까지 수출 물량을 이미 채웠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출국으로 지목받고 있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수출기업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기반으로 전 세계 공산품 시장을 점령해 왔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국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음에도 세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중국이 수출로 달러를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 물가 방어국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근로자 임금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 최대 제조업 허브인 광둥성의 최저임금(월급 기준)은 2016년 월 1895위안(약 36만원)에서 작년 2300위안으로 5년 만에 20% 넘게 올랐다.

중국이 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인 농민공(農民工)의 도시 유입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농촌에 호적을 두고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은 도시에서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실질 임금 상승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전체 인구 중 도시 거주자 비율은 1980년 19%에서 지난해 65%까지 올랐으며 농민공 수도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내수 시장 부진은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에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주요국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재고를 쌓으려다 보니 주문을 넣을 만한 곳이 중국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화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도매 가격인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급등했다. 작년 10월 중국의 전년 동월 대비 PPI 상승률은 13.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두 달 뒤인 12월 미국의 PPI 상승률도 9.7%로 최고점을 찍었다.

장화차오 홍콩 롼쿠중화금융그룹 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와 탄소중립 아젠다를 내걸고 경제 체질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 중국이 값싼 제품을 수출하는 성장 모델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부유 방침 아래 중국은 소득불평등 개선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업들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모두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발 공급망 붕괴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이 강력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주요 수출 항구의 상하역 작업이 지연되고 해상 운임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이 희토류와 주요 원자재를 ‘전략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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