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戰, 불붙은 알루미늄·니켈 가격에 기름 부었다

입력 2022-02-28 17:24   수정 2022-03-10 15:48


전세계 덮친 인플레이션…러 알루미늄 3위·니켈 세계 5위
전쟁 우려에 올해만 가격 35%↑…목재·비료값도 줄인상 예고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케이스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중견기업 A사는 최근 제품 가격 인상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하기 전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t당 2490달러였던 알루미늄 값은 지난 24일 기준 t당 3519달러까지 치솟았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35.5%, 1년 전에 비하면 63.6% 올랐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전체 공급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납품단가를 15%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객사의 불만이 있더라도 당장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적자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나프타뿐 아니라 니켈, 알루미늄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향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에너지와 원자재로 확대되면 플라스틱과 섬유, 전기차 배터리, 철근, 목재 등으로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알루미늄과 함께 니켈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니켈 가격은 t당 2만6105달러로 지난해 12월(1만9370달러) 대비 34.7% 급등했다. 러시아는 니켈 핵심 생산국으로 분류된다. 세계 1위 니켈 생산 기업인 노르니켈도 러시아 광산업체다.

니켈과 알루미늄은 2차전지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국내 2차전지 소재사들의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가 높지 않고, 대부분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 당장 원가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소재-배터리-전기차 등으로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적 자원 부국인 러시아는 목재, 비료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최근 러시아가 원목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과 경제 제재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커져 목재 공급에도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세도 인플레이션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16.6%를 담당하고 있다. LNG 가격이 올라가면 철근이나 봉형강류 등 전기로 기반의 제품을 생산하는 제강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또 러시아가 유럽에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이 줄면 전력비가 폭등해 유럽 내 광물 제련업체들의 대규모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LNG 선물 가격은 24일 기준 100만BTU(열량단위)당 37.01달러까지 상승했다. 1월 말(25.27달러) 비해 46.4% 올랐다.
중동산 나프타 확보 비상
석유화학 제품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나프타 가격은 두 달 만에 36% 올랐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는데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그 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한국은 특히 러시아에 대한 나프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 국내 나프타 총수요 5000만t 중 국내 생산이 2100만t, 수입이 2900만t이었다. 이 중 667만t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나프타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1.42% 상승한다.

나프타로 제조하는 에틸렌, 폴리프로필렌(PP) 등은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 고무의 기초 원료로 사용된다. 석유화학사들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으로부터의 나프타 수입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해 단기간에 리스크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에너지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기업 피해가 우려된다”며 “특히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등의 제3국 물량 확보와 수입처 대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정민/김동현/민경진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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