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제재에 맞서 ‘핵 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연합(EU)도 전날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모든 러시아 비행기가 EU 상공에서 비행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러시아투데이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EU 회원국에서 활동도 금지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4억5000만유로(약 606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로 5000만유로(약 673억원)는 의료 물자 지원에 쓰기로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EU는 전쟁에서 무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금기가 깨졌다”고 말했다.
유럽 내 중립국인 스위스도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며 제재에 동참했다.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러시아인이 보유한 자산은 104억스위스프랑(약 13조5000억원)가량이다.
서방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밀착해왔던 중국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감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면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는 나라는 벨라루스가 유일하다. 미국 행정부의 고위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이르면 28일 우크라이나로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예비군 전력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대만은 미국이 구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며 “우리 안보를 지킬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도 러시아 제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누가 돕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상용/임도원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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