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자전거 질주에 기죽은 토종 브랜드

입력 2022-03-01 17:43   수정 2022-03-02 00:38


코로나 사태 이후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전거 수입액이 지난해 2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브랜드가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한 데다 부품 가격 등 생산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토종 자전거 업체도 프리미엄 라인을 한층 강화해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 브랜드 전성시대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전거 수입은 1억9997만달러(약 2400억원)로 집계됐다. 2020년 대비 15.7% 증가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자전거 수입은 MTB, 로드바이크 등 프리미엄 자전거가 전성기를 누리던 2015년(2억4729만달러) 정점을 찍었다. 이후 자전거 수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세먼지 여파로 자전거를 찾는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 사태는 이런 분위기를 확 바꿔놨다. 실내·집단 스포츠와 장거리 여행 등이 제한되면서 혼자서도 야외 활동이 가능한 자전거 애호가가 늘면서다.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수준이다. 대만 업체인 자이언트, 메리다 등 120여 개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 수백만~수천만원대 고가 제품으로 20만~30만원대 중저가 제품이 주력인 국산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 대표는 “수입 프리미엄 자전거는 자신의 신체에 따라 디자인과 사이즈를 맞출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 나서는 라이더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알려진 영원무역도 수혜주로 꼽힌다. 이 업체는 2015년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을 인수해 국내외 시장에 자전거를 유통하고 있다. 스캇이 속한 영원무역 브랜드 유통 부문 매출은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1조197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도 9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토종 업계 수익은 줄어
토종 자전거업계도 코로나발(發) 호황에 매출이 늘고는 있다. 업계 1위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매출은 1272억원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느는 데 그쳤다. 알톤스포츠 역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49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8.4% 감소한 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자전거를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또는 현지 직접 제조 방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자전거 부품도 90% 이상 일본 시마노나 중국산 등 수입 제품을 쓴다. 최근 부품 가격 상승으로 자전거업계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 시마노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나눅스네트워크는 지난달 자전거용 부품 가격을 9% 인상했다.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자전거 수요가 급증한 데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까지 줄줄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전거 브랜드의 제조원가율은 70~8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귀띔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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