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新전략 두 엔진은 '글로컬·로열티'

입력 2022-03-01 17:20   수정 2022-03-02 00:45

세계 1위 조선업체 한국조선해양이 거세지는 발주국의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 요구에 대응해 글로벌 생산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발주국에 건설되고 있는 대규모 조선소를 견제하기보다는 합작을 통해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기술을 이전해 로열티(사용료)를 받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합작한 조선소 IMI와 엔진제조업체 사우디엔진스매뉴팩처링컴퍼니(Semco)의 생산 공장이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IMI는 한국조선해양이 2017년 사우디 국영 에너지업체 아람코, 국영 선사 바흐리 등과 손잡고 사우디 킹살만조선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초대형 조선소다.

IMI조선소는 국내 조선업 역사상 처음으로 설립되는 순수 로열티 방식의 해외 조선소다. 한국조선해양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프로젝트에 원천 기술을 제공하는 라이선서로 참여해 IMI와 Semco 지분을 각각 20%, 30% 확보했다. IMI에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설계·건조 기술을 제공하고, 선박이 건조될 때마다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IMI는 이미 아람코와 바흐리에서 50척 이상의 원유운반선 건조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로열티는 핵심 기자재인 엔진에서도 나온다. Semco는 한국조선해양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선박용 중형 엔진인 ‘힘센엔진’을 로열티를 내고 생산한다. 이들 엔진 생산에 필요한 부품 상당수는 한국에서 조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힘센엔진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도, 국내 업체가 엔진 부품을 수출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이뤄졌던 해외 확장과는 차별화되는 기술 수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러시아에선 비주력 선종 생산으로 중국 조선사들을 견제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자회사 현대베트남조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6년 베트남 국영조선공사와 합작으로 설립된 현대베트남조선은 2011년 선박 건조용 조선소로 전환했다. 현대베트남조선은 국내 조선소에선 비용 문제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형 원유운반선과 벌크선을 집중 건조한다.

현대삼호중공업도 2017년 러시아 조선업체 즈베즈다와 엔지니어링 합작사 즈베즈다-현대를 설립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선 건조 기술이 부족한 러시아에 건조 기술을 전수하고 로열티 및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수주한 중형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이 지난해 러시아에 인도되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사우디 러시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선종은 중국 조선소들의 주력 분야”라며 “신흥 해외 조선소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국내에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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