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신(新)냉전’을 거론하면서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침략 국가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반대 진영의 중심 국가인 미국까지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신냉전 시대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는 한·미 동맹 강화 대신 남북통일 가능성까지 포함한 한반도 평화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을 향해서는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등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부강한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며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對)러 제재 방침에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놓는 러시아, 보다 적극적인 제재를 압박하는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앞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는 ‘작자’들에게 각별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한국을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 대러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공개한 32개국의 예외 대상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제재 참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동맹국 정상과 러시아의 핵 위협 대책을 논의했지만 문 대통령은 통화 대상에서 빠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통일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도 냈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며 “그날의 이름 없는 주역들의 아들과 딸들 속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함성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는 “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는 등 대일 유화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 측의 강경한 자세로 인해 무산되면서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한편 광복회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분골쇄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광복회는 이날 사과문에서 “3·1절을 기해 최근 자진 사퇴한 김원웅 전 회장의 일부 잘못된 광복회 운영을 깊이 반성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도원/정인설 특파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