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유럽 올해의 차’ 심사를 맡은 프랑크 얀센 위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EV6의 수상을 발표하면서 “기아의 발전 속도는 인상적”이라며 이같이 극찬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이번 결과를 ‘이변’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현대차그룹의 미래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은 지난해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전통의 브랜드가 허둥대는 사이 발 빠르게 나선 현대차그룹이 기회를 잡았다. 이번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7개 모델 중 6개가 전기차다. 1위와 3위를 차지한 EV6와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중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도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GMP 기반 전기차는 주행 성능, 주행 거리, 충전 속도, 실내 공간 등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 항목에서 경쟁 차종을 압도한다. 가장 빨리, 멀리,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전기차라는 평가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605Nm으로, 500Nm대의 테슬라, 벤츠 경쟁 모델보다 힘이 좋다. EV6 고성능 버전(GT 모델)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3.5초다. 모델Y 퍼포먼스(제로백 3.7초)보다 빠르다.
충전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800V 초고속 충전시스템을 이용하면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벤츠보다 두 배 이상 빨리 충전 가능하다. 주행 거리 역시 벤츠보다 30% 길다. 평평한 바닥과 긴 축간거리 덕에 실내 공간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도 넓다. 심사위원단은 “EV6의 기술적인 혁신은 탑승자의 삶의 질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에 주목했다. 기후 위기를 돌파할 핵심을 전기차로 판단하고,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를 위한 전용 플랫폼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경쟁 브랜드보다 한발 빠른 결정이었다.
그 결과물이 2020년 선보인 전용 플랫폼 E-GMP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복병으로 평가받는 아이오닉 5, EV6는 E-GMP가 처음 적용된 모델들이다. 이들 차량은 각종 비교 평가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등 내연기관 시대 강자는 물론 테슬라 등 전기차 선두 업체의 경쟁 차종까지 제치고 있다.
유럽 시장의 호평은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이오닉 5와 EV6가 현지 출시되면서 전체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 13만5408대를 판매했다. 2020년(9만5917대) 대비 41.2% 증가한 규모다. 아이오닉 5와 EV6의 판매량은 각각 1만9219대, 8026대였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6월부터, EV6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만3640대로 전년 동기(8276대) 대비 64.8% 늘었다. 아이오닉 5와 EV6는 각각 2431대, 3276대 판매됐다.
유럽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용 전기차가 주목받으면서 코나EV(4만3979대)와 니로EV(4만7306대) 등 기존에 판매하던 전기차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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