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666만803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635만1569대) 대비 5%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의한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악재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글로벌 5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자들이 워낙 막강했다. GM은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등과 함께 오랫동안 ‘빅4’를 유지해왔다. 세계 8위 푸조시트로엥과 9위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 역시 두 회사의 판매량을 더하면 4~5위에 충분히 오를 정도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판매 감소로 고전한 반면 현대차·기아만 증가했다. 스텔란티스(650만 대), GM(629만 대) 등 4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경쟁자를 제쳤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약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반도체 공급난에 잘 대처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 일수를 최소화했고, 탄탄한 내수 시장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핵심 시장에서 차량의 인기가 높아진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한동안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가성비’ 브랜드라는 인식이 많았다. 고객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엔 성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차라는 평가가 강해졌다. 지난해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 세계 10위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이 20여 년 만에 세계 4위에 오른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며 “전기차 전환 추세와 맞물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 시대에선 불가능했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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