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택배노조의 불법폭력, 정치에 책임 있다

입력 2022-03-01 17:35   수정 2022-03-02 00:04

우리나라 노동운동사를 보면 파업과 시위는 정치 환경 변화와 밀접했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노동계의 집단행동이 많아지면서 정치적 성격이 강해지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노동계는 새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의 위상을 키우기 위해 불법 파업인 줄 알아도 밀어붙인다. 임기가 끝나가는 대통령은 몸조심한다고, 또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선 후보들은 노동계의 도움을 받으려고 눈치를 보기 때문에 불법 파업을 벌여도 정부가 공권력을 쉽게 동원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친노동계 성향이면 노동조합의 권력이 커지면서 파업이 많아졌고, 또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특징은 문재인 정부에서 뚜렷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도움으로 당선돼서 그런지 노동법을 비롯해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민주노총의 요구를 많이 반영했다. 이 덕분에 민주노총은 공공사회서비스는 물론 물류와 건설 등으로 조직을 급속히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노조를 허용하는 무리수를 뒀다. 그 결과 임기 말로 갈수록 부작용이 커져 급기야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며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가 터졌다. 이 문제에서 논란의 핵심은 택배기사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순수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자에 가까운데도 정부가 노조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과 노조이든 아니든 간에 재산권을 침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정부가 방치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상으로 보면 택배기사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 개인 사업체의 사장처럼 대리점 점주와 위탁계약을 맺고, 독점적인 배송구역을 가진다. 배송구역을 권리금을 받고 거래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차량 등을 포함 자기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올리고, 제3자를 고용해 영업활동을 벌이며, 일하는 시간도 자신이 결정할 수 있으며, 자영업과 소상공인에게 주는 코로나 지원금 등을 정부로부터 받기도 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택배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별개로 해석해 택배노조를 인정해준 것이다. 하지만 택배기사의 90% 이상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 근로자로 간주되는 것보다 순수 택배기사로 남는 것이 이익이고, 조합원이 되면 이에 따른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대로 택배노조를 인정하고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면서 택배노조는 택배기사를 보호하기보다 군림하게 됐다. 또 택배노조는 비조합원 택배기사의 작업을 방해하고 폭력까지 휘두르면서 피해를 줬다. 이러다 보니 비노조 택배기사연합회가 만들어지고 최근에 그 대표는 두려움을 무릅쓰며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이기에 택배노조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나라이고 또 문명사회라면 이쯤에서 노조에 대한 정책을 헌법정신에 입각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33조 1항의 근로자는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규정대로 노동기본권은 순수 근로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헌법대로 근로자가 아닌 사람들도 조직을 만들고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헌법 제3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2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헌법 제123조 5항은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고 자율적 활동을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간 안에 택배노조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임기를 마무리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노조를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되고 노조를 건강하게 만들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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