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CP)들도 데이터 전송망 투자를 분담할 책임이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국내외 통신사가 CP의 망 투자 필요성에 대해 공식 입장을 결정한 최초 사례다. GSMA는 세계 220여 개국에 걸쳐 통신 사업자 750곳이 참여한다.
1일(현지시간) 통신업계에 따르면 GSMA는 지난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개최한 이사회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망 투자 비용 분담 요구를 논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GSMA 이사회는 세계 통신사 최고경영자(CEO)급 임원들이 모여 구성한 통신업계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GSMA 이사회 소속인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GSMA 이사회가 GSMA 산하 스터디그룹 정책 부문의 글로벌 CP 망투자 분담안 보고서를 승인했다"며 "지금까지는 통신 사업자만 했던 망 투자를 앞으로는 글로벌 CP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라고 말했다.
GSMA가 이같은 논의를 벌인 것은 최근 통신망 트래픽(데이터 사용량) 발생이 특정 CP에만 크게 몰려 있어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기준 셰계 트래픽 발생량의 40%가 글로벌 CP에 의해 발생한다.
기존엔 통신사들이 트래픽 증가세에 따라 일반 이용자의 통신요금을 기반으로 망을 늘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작년 9~10월 사이에만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인해 망을 두 차례 증설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일반 이용자들이 낸 돈으로 일부 영상 '헤비 유저'와 CP간 오가는 데이터 인프라를 떠받쳐야 하는 구조다.
MWC 행사장에서 만난 한 국외 통신기업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글로벌 CP에 대해 망 투자 비용 분담 요구를 하는 것은 일반 이용자에게 통신요금을 받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 문제"라며 “양방향 데이터 시장에서 일반 이용자만 부담을 지도록 하는 기존 구조부터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각 통신사들이 GSMA의 공식 입장을 기반으로 사안 대응을 할 전망"이라고 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GSMA 이사회는 CP들의 망 투자비용 분담에 대해 세 가지 구체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CP가 통신사에 직접 망 투자 비용을 내는 안, 국가별로 정부가 주도해 관리하는 망관리기금을 조성해 CP가 참여하는 안, 망 투자 비용 직접 분담 대신 CP가 각국 정보통신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간접 분담 방안 등이다.
GSMA는 이중 정부의 망 관리 기금 운영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이같은 내용이 실현되면 일반 이용자의 통신 요금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엔 한 쪽에만 쏠려있던 투자 비용 부담을 나눌 수 있게 되서다. 구현모 KT 대표는 "글로벌 CP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을 할 경우 분담하는 만큼 이용자에게 혜택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GSMA의 이번 결정은 특별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법안 제정·실행 등이 필요해서다. 한국의 경우엔 국회와 정부 안팎에서 글로벌 CP들에 망 이용 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이미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디즈니 등 일부 글로벌 CP도 CDN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우회안을 통해 망 투자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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