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대재해법으로 경영책임자 처벌 쉽지않아"

입력 2022-03-02 17:14   수정 2022-03-0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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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검찰청이 중대재해법의 복잡한 입증 구조를 지적하며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법 위반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경영책임자의 의무 내용이 간접적이고 포괄적인 탓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수사기관들이 입증을 위해 디지털포렌식 등을 강력한 전방위 수사를 동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검은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서 "수사가 시작되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위반 입증이 가장 큰 쟁점이자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은 간접적·포괄적인 속성이라 중대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의 원인이 된 현장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불이행 여부를 확정하고, 그 다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불이행의 원인이 됐는지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은 이런 2단계 입증 과정을 "다단계적 인과관계" "중층적 인과관계"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대재해가 현장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탓이라는 것을 1차적으로 입증하고, 그 다음으로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 위반이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탓이라는 것이 2차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이 중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의무가 중대재해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1단계' 입증은 법의 내용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 증명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존 산안법 수사 방식과도 같다.

문제가 된 것은 2단계 입증이다. 대검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현장에서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가 이행되지 못한 것과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여러 추가적인 간접사실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안전장비 구비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산 편성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경영책임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방치했고 그로 인해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근로자가 사망해야 중대재해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검은 중대재해법 제정의 계기가 됐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설치 중 근로자 사망 사건(구의역 김군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서울메트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의 원인이 됐음을 다양한 '간접사실'을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간접사실을 확보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검은 이어 중대재해 발생 시 초반 수사는 일단 현장의 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 사고 현장의 법 위반이 경영책임자의 의무 불이행에서 초래됐다는 '고도의 혐의'가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중대재해 관련 전문가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과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대검도 인정했다"며 "초동 수사에서 인과관계 입증을 위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부담감이 높아졌고, 결국 전방위적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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