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3)
보름달은 예로부터 풍요와 번영, 행운을 상징한다. 농경사회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 즉 음력 1월15일에 뜨는 보름달을 보며 한 해 농사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했다. 정월 대보름 외에도 6월 유두, 7월 백중, 8월 한가위(추석) 등 보름달이 뜨는 날을 중요한 명절로 삼았다.보름달은 대략 29.5일마다 한 번씩 뜬다. 1년에 12~13회 뜬다는 얘기다. 이 중 어떤 보름달이 우리 눈에 가장 크게 보일까.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 보름달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명절 이름에 크다는 의미의 '대'와 '한'이 들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타원형 궤도를 돈다. 그래서 지구와 달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가장 가까울 때(근지점) 거리는 약 36만3300㎞, 가장 멀 때(원지점)는 약 40만5500㎞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달의 크기는 달과 지구의 거리에 따라 결정되는데 가장 클 때와 가장 작을 때의 크기 차이는 약 14%이다.
그런데 달이 지구 주위의 근지점에서 다음 근지점까지 가는 기간, 즉 근점월 주기는 약 27.3일로 보름달이 뜨는 주기(삭망 주기)와 2일 정도 차이가 난다. 삭망 주기는 달의 모양과 관련이 있을 뿐 달의 크기와는 관련이 없다. 반면 달의 근점월 주기는 달의 모양과는 상관이 없다.
만일 달의 근점월 주기와 삭망 주기가 같다면 특정 시점에 뜨는 달의 크기는 항상 같아야 한다. 정월 대보름에 가장 큰 보름달이 떴다면 앞으로도 계속 정월 대보름에 뜨는 달이 가장 커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두 가지 주기에 이틀 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뜨는 보름달도 더 커 보일 때가 있고, 더 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정월 대보름달이 더 크게 보이고, 또 어떨 때는 추석 보름달이 더 크게 보인다. 물론 정월 대보름도 추석도 아닌 다른 달에 뜨는 보름달이 더 클 때도 있다.
예를 들어 2020년엔 정월 대보름날 뜬 보름달이 1년 중 가장 컸다. 2021년에도 대보름달이 추석 보름달보다 크게 보였다. 반면 올해 정월 대보름달(양력 2월15일)은 작은 편이었다. 그러니 정월 대보름달을 혹시 못 보고 지나쳤더라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더 큰 보름달이 뜰 테니까.
박대영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팀장
관측천문학과 대중천문학을 공부한 과학문화기획자이자 천체사진가. 지은 책으로는 '우주대체험', '별 그리고 우주', '2022 과학은 지금'(공저) 등이 있다.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