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한국디지털혁신협회장·전 중소기업청장·사진)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조혁신에서 뒤처진 중소기업은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교수는 “대기업과 납품업체는 기술 품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모든 측면에서 데이터로 긴밀히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 공장 구축은 제조혁신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제조혁신을 단순히 ‘공장의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전 부서가 달라붙어 기업 전체의 혁신, 생태계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은 ‘효율성 경쟁’을 넘어 ‘방향성 경쟁’의 시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빠른 추격자’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만 따지지만 ‘선도자’는 제조혁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스마트 공장으로 원가를 15% 이상 줄였다고 해도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대량생산이 맞춤형 생산으로 전환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제조혁신의 최종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글로벌 패권전쟁으로 첨단 제조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기차,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항공,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조차 기술과 혁신 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뒤처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인도 역시 10년 안에 한국 기술과 혁신 수준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제 안보의 핵심축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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