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송파구 남쪽에 있는 가락·오금동에서는 노후 아파트가 대거 재건축에 나서고 있어서다. 송파구 재건축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이 최근 7년 만에 통과되면서 인근 단지들이 자극을 받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1985년 조성된 이 단지는 4개 동, 264가구로 이뤄졌다. 현재 용적률은 180%다. 지하철 5호선 개롱역이 주변에 있다. 가락우창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기준 송파구에서 가장 낮은 점수(낮을수록 재건축 유리)를 받았다”며 “다만 붕괴 위험 등을 평가하는 구조안전성 항목 점수가 다소 높게 나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적정성 검토 추진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잠실·신천동 등 송파구 내 다른 지역들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가락·오금동에서 최근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다. 오금동 ‘가락상아1차’는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5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1984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현재 226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405가구로 탈바꿈한다. 용적률은 194%에서 299%로 높아진다. 오금동 ‘대림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재건축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88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상 15층, 총 749가구 규모다. 지하철 5호선 방이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가락동에서는 ‘가락미륭’이 지난해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가락동 ‘가락극동’(555가구), ‘삼환가락’(648가구), ‘가락프라자’(672가구) 등이 조합설립을 마친 상태다.
2019년 주민 이주가 끝났지만 공사가 지연되고 있던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도 지난 1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았다. 지하 3층~지상 35층, 13개 동, 총 1859가구로 탈바꿈한다. 올해 착공해 2025년 중반께 입주할 계획이다.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된 신천동 ‘잠실진주’는 이르면 이달 말 재건축 사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이 정하는 문화재 보존 방식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 도전하는 단지도 있다. 풍납동 ‘풍납미성’은 지난달 국토안전관리원에 적정성 검토를 신청했다. 용역업체가 담당하는 정밀안전진단과 달리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적정성 검토는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편이라 통과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구조안전성 비중 하향 등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우면서 통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채갑식 풍납미성 재건축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1년가량 지난 데다 안전진단 완화 공약까지 나와 적정성 검토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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